국제
곤 전 회장 어떻게 도망쳤나
입력 2020-01-01 13:33 

일본 사법당국의 삼엄한 감시를 받아온 카를로스 곤 르노 전 회장의 기습적인 레바논 도주 수법이 하나둘 알려지고 있다.
레바논 현지 유력 언론들은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수법'이란 표현과 함께 그의 도주 방식을 1일 보도했다. MTV를 비롯한 현지 언론들의 보도를 종합하면 곤 전 회장 도주 작전이 시작된 것은 지난해 크리스마스였다. 도주 계획은 곤 전 회장과 측근들이 몇주 동안 함께 준비한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4월 보석 조건으로 거주 제한을 받은 곤 전 회장은 자신이 머물던 도쿄 미나토구의 자택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고 연주자들을 초청했다. 여느 연주자들과 다를 것 없었지만 이들 중에는 곤 전 회장이 고용한 사설 경호업체 직원들이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공연을 마치고 돌아가면서 곤 전 회장을 미리 준비한 대형 악기 상자에 숨겨서 빠져나왔다. 모처에서 머물던 곤 전 회장은 수일후인 29일 오사카 간사이국제공항으로 향했다. 이곳에서 전세기에 탑승한 그는 유유히 터키로 빠져나갔다.
간사이공항 측은 29일 이스탄불로 떠난 전세기가 한대 있었다고 밝혔으나 이 안에 곤 전 회장이 타고 있었는지는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전용기·전세기를 이용하더라도 일반 여행객과 같은 CIQ(관세, 출입국심사, 검역) 절차를 거쳐야 한다. 곤 전 회장이 어떻게 검사를 피했는지는 미지수다. 아사히신문 등에서는 화물에 대해서는 X선 검사 등이 의무화돼있지 않고 기장의 판단에 따라 생략하는 경우도 있다고 1일 보도했다.

곤 전 회장은 이스탄불을 경유해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 31일 새벽께 도착했다. 레바논 측에서는 "곤 전 회장이 합법적으로 입국했다"며 본명으로 된 프랑스 여권을 사용했다고 밝혔다. 레바논계 브라질 이민자 집안에서 태어난 곤 전 회장은 프랑스, 브라질, 레바논 국적을 갖고 있다. 현재도 친척들이 레바논에 많이 거주하고 있으며 현 부인도 레바논 국적이다.
곤 회장의 도주극에는 부인의 역할이 중요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아내 캐럴 곤은 레바논 베이루트 공항에서 곤 전 회장과 합류한 후 남편과의 재회가 "내 인생 최고의 선물"이라고 표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곤 전 회장이 경유지로 터키를 택한 것은 부인의 이복 오빠가 터키 정부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던 덕분이라고 프랑스 르몽드지가 보도했다.
곤 전 회장은 레바논 도착 후 미셸 아운 대통령을 만나 신변보호 약속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레바논의 곤 전 회장 자택 주변엔 경호인력들이 배치됐다. 일본과 레바논 사이엔 범죄인 인도 조약 등이 체결돼 있지 않다보니 곤 전 회장을 일본으로 강제적으로 데려올 수 있는 방법도 현재로서는 마땅치 않다.
곤 전 회장의 변호인인 히로나카 준이치로 변호사는 "그를 12월 25일에 마지막으로 만났으며 1월에 다시 보기로 했었다"며 "(탈출 작전에) '큰 조직(big organization)'의 도움이 작용했을지도 모른다"고 설명했다.
[도쿄 = 정욱 특파원 / 서울 고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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