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권위 없는 시상·즐겁지 않은 축제…허울뿐인 가요 `대잔치`
입력 2019-12-31 09:56 
지난달 4일 일본 나고야에서 열린 엠넷아시안뮤직어워즈에는 SM과 YG 소속 아티스트가 불참했다.

뮤지션들의 '꿈의 무대'로 통하는 연말 음악축제의 권위가 추락하고 있다.
방송사 갑질 의혹, 아티스트 홀대 논란, 부실한 안전관리 등 각종 악재에 시달리면서다. 아이돌 팬덤의 주머니를 노린 행사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축제의 의미도 반감됐다. 기라성 같은 뮤지션들의 참가로 세계적인 권위를 얻는 미국의 그래미, 빌보드뮤직어워즈, 아메리칸뮤직어워즈와는 대조적이다.
아티스트 홀대 논란에 선 KBS 가요대축제.
아이돌 팬덤의 관심이 가장 큰 지상파 방송 3사(KBS, SBS, MBC) 연말 가요 축제는 '반쪽자리'로 전락했다. 논란의 중심에 선 건 MBC 가요대제전이다. 31일 행사에 방탄소년단이 해외일정으로 불참하게 되자, 같은 소속사 가수인 신인 투모로우바이투게더와 걸그룹 '여자친구'의 참가도 막았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 10월 말 컴백한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방송 3사 중 유일하게 MBC의 음악프로그램만 불참했다.
통상 연말 가요축제 섭외는 두달 전부터 시작된다. MBC 관계자는 "섭외는 PD 재량"이라고 해명했지만, 팬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황선업 대중음악 평론가는 "이번 사태를 통해 방송사들이 엔터업계에 대한 태도가 여실히 드러났다"고 했다.
레드벨벳 웬디는 SBS 가요대전측의 부실한 안전관리로 컴백 하루만에 부상을 입었다.
SBS는 안전관리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5일 SBS 가요대전에 참가한 레드벨벳 멤버 웬디는 리허설 도중 얼굴에 부상을 입고, 손목과 골반이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레드벨벳은 전날 신곡 '사이코'로 컴백했다. 이제 막 활동을 개시한 레드벨벳은 메인보컬 웬디의 부재속에 불완전한 활동을 이어가야 했다.
KBS의 가요대축제는 여자 아이돌 '에이핑크'의 엔딩 장면을 중간에 끊으면서 '홀대' 논란을 일으켰다. 팬들은 특정 뮤지션이 5곡을 소화한 데 반해, '에이핑크'는 한곡도 온전히 보여주지 못했다며 KBS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CJ ENM의 아시아 음악축제 마마(Mnet Asian Music Awards)도 구설에 오른건 마찬가지다. 한일관계 경색 국면에서도 일본 나고야에 4만명의 한류팬을 결집시켰다. 하지만 SM, YG의 뮤지션이 불참하면서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엑소, 레드벨벳, 블랙핑크, 위너의 참석을 기대한 팬들에게는 아쉬운 대목이다. 엔터 업계 고위 관계자는 "대형 기획사들의 다양한 컬래버래이션 무대로 화제를 끈 마마가 최근에는 예전같은 초특급 무대를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가요시상식도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방송 3사의 경우 "예술을 줄 세우기 한다"는 비판에 10년전부터 시상식을 폐지하고 축제 형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문제는 그 빈 자리를 민간 기업들이 채우고 있다는 것. CJ ENM의 마마를 비롯해, 멜론뮤직어워즈, 소리바다 케이 뮤직어워드, 골든디스크, 서울가요대상, 아시아아티스트어워즈 등 셀 수도 없이 많은 행사들이 일년내내 포진하고 있다. 문용민 대중음악 평론가는 "10년전 락 페스티벌이 우후죽순 생겨난 것과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면서 "동원력이 있는 팬덤을 활용해 자신들의 플랫폼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이라고 비판했다.
팝(Pop) 선진국 미국의 시상식인 아메리칸뮤직어워즈, 빌보드뮤직어워즈, 그래미어워즈와 같은 공신력 있는 음악 축제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황 평론가는 "미국 그래미의 경우 권위있는 아티스트와 프로듀서 수천명이 투표를 통해 최고의 뮤지션을 선정한다"면서 "의미없이 생겨나는 국내 연말 가요축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했다.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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