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금감원, 라임운용·신한금투 검찰수사 의뢰
입력 2019-12-29 21:09  | 수정 2019-12-29 23:21
금융감독원이 라임자산운용과 신한금융투자에 대해 검찰 수사 의뢰 방침을 정한 가운데 라임의 무역금융펀드 원금 상환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라임자산운용은 올 상반기 손실 가능성이 있는 미국 무역금융 헤지펀드(모펀드) 지분을 싱가포르 R사에 넘기는 계약을 맺어 일종의 재구조화 과정을 거쳤다. 계약이 이행되면 모펀드가 손실 나도 라임 무역펀드는 원금을 지킬 수 있지만 한국 금융당국에서도 라임자산운용의 불법을 문제 삼으면 얘기가 다르다.
싱가포르 R사가 라임자산운용 측 사기나 기망을 이유로 계약 무효를 주장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모펀드인 미국 헤지펀드의 손실 가능성이나 자산 동결 가능성에 대해 라임자산운용이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고 금융당국과 검찰이 이를 불법으로 규정한 상황이라 싱가포르 R사와 체결한 계약이 파기될 수도 있다. 이미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의 모펀드인 더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그룹(IIG)의 헤지펀드는 자산이 동결됐다.
외신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최근 작년 말 투자자산이 채무불이행 상태가 됐는데도 이를 숨기고 가짜 대출채권을 판매한 혐의로 IIG의 라이선스를 취소했다. 라임의 투자금이 들어간 미국 헤지펀드마저 '사기'로 판명돼 미국 현지에서 제재를 받은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30일이나 31일께 라임자산운용과 신한금융투자를 무역금융펀드 판매와 재구조화를 이유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할 예정이다.

라임은 개인 고객에게서 모든 2436억원과 신한금융투자에게서 받은 레버리지(대출) 3500억원가량을 합쳐 6000억원가량의 무역금융펀드를 운용했다. 이 가운데 40%는 IIG의 무역금융 헤지펀드에 투자했다.
라임자산운용은 올 10월 사모채권·메자닌 펀드 환매 중단이 있은 후 무역금융펀드까지도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자 상환 계획을 발표했다. 이미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IIG의 무역금융펀드 투자분을 할인해서 싱가포르 R사에 넘기고 그 대가로 R사에서 약속어음의 이자를 받아 원금 손실을 최소화한 것이다. 라임자산운용은 10월 상환 계획을 발표하면서 "해외 무역금융이 30% 손실일 때까지는 연 5% 이자를 수취하기 때문에 이자분으로 원금 손실을 상쇄해 투자액면 회수가 가능하다"며 "해외 무역펀드가 40% 손실일 때는 투자액면 90%만 회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초 계약을 맺을 당시 약속어음 만기가 2022년 4월 또는 2024년 4월인 까닭에 어음을 돌려받아 자금을 마련하면 환매대금 60%는 2년4개월, 40%는 4년4개월 이후 지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금융당국이 라임 무역금융펀드의 판매와 재구조화 과정을 문제 삼으면서 싱가포르 R사 역시 어음 상환을 거부할 가능성이 생겼다. 계약이 유효하다면 IIG 헤지펀드가 전액 손실 처리되더라도 플루토 TF 1호 펀드 투자분은 40% 손실로 잡히기 때문에 투자금 90%는 회수할 수 있지만 계약이 파기되면 아예 투자 원금 전액을 손실 처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라임자산운용이 연초 해외 모펀드의 자산 부실을 발견한 상태에서 라임자산운용이 펀드 투자를 계속 받은 것은 라임자산운용과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사인 신한금융투자가 공동으로 책임을 져야 할 사안으로 보고 있다.
한편 라임자산운용 사태와 관련한 핵심 관계자인 이종필 전 라임 부사장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 전 부사장은 지난달 15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한 뒤 현재까지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당시 그는 코스닥 상장사 리드 전·현직 경영진의 횡령 혐의에 연루돼 수사를 받고 있었다. 이후 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서울남부지방검찰청은 그에 대해 지명수배까지 내린 상태다. 영장실질심사 불출석 이후 약 한 달이 지났지만 여전히 이 전 부사장 신병이 확보되지 않아 수사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역금융펀드 판매와 관련된 혐의에 대해서도 금융감독원이 라임자산운용 등에 대한 수사를 검찰에 요청하면 이 전 부사장 신병 확보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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