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터키 수몰위기 유물, 해체없이 통으로 옮긴 기업보니…
입력 2019-12-29 09:29 
모듈 트랜스포터(SPMT)를 이용해 옮긴 고대 무덤 `제낼 베이 툼(Zeynel Bey Tomb)` [사진출처 = CJ ICM]

최근 터키에서 댐 건설로 물에 잠길 위기에 놓였던 유적 일부를 해체과정 없이 통째로 옮긴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2017년부터 3년여간 진행된 이 프로젝트를 국내 운송기업의 현지 자회사가 주도해 이목을 끌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의 중동지역 패밀리사 CJ ICM은 '하산 케이프 프로젝트(Hasankeyf Project)'를 통해 터키 고대유적 23개의 운송을 지난 23일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산 케이프는 터키 동남부 바트만 주에 위치한 유서 깊은 도시로 기원전 9000년경의 주거 유적이 발견되어 학계의 주목을 받았으며, 현재까지 꾸준히 메소포타미아 북부의 주요 도시로서 기능한 역사를 지닌 지역이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가장 번성한 도시 중 하나였으며 수메르, 로마, 오스만 제국 등의 지배를 거치면서 각 시대별 문화유적들이 곳곳에 산재해 '고고학자들의 보물'로도 불린 곳이다.
그러나 수력발전 댐인 일리수 댐(Ilisu Dam) 건설로 이 지역 고대 유적들이 수몰 위기에 처하자 일부 유적을 4.7㎞ 떨어진 문화공원으로 옮기는 프로젝트가 진행된 것이다. 실제 이 프로젝트의 슬로건은 '우리는 역사를 옮긴다(We Move History)'였다.
하산 케이프 프로젝트로 운송된 15세기 유적 `엘 리스크 모스크(Er-Rizk Mosque)` [사진출처 = CJ ICM]
문화유적 훼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CJ ICM은 고도의 기술력을 동원한 '무(無)해체 통운송' 방식으로 3년 넘게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송한 유적의 총 무게는 1만2063톤으로 500년 이상된 무게 1150톤의 고대 무덤 '제낼 베이 툼(Zeynel Bey Tomb)', 800년전 터키에서 사용한 무게 1500톤의 터키 목욕탕 '아르투클루 베스(Artuklu Bath)' 등이 포함됐다.
운송 난이도가 가장 높았던 유적은 600년 넘는 것으로 알려진 '키즐라 모스크(Kizlar Mosque)'로 무게가 2350톤에 달하는 대형 구조물이었으며, 마지막 운송 유적은 무게 1700톤의 15세기 유적 '엘 리스크 모스크(Er-Rizk Mosque)'였다.
고대 유적을 안전하게 옮기기 위해 전문인력과 엔지니어들의 기술과 경험이 총동원됐다. 최대한 유적을 분해하지 않고 원형을 유지한 상태에서 안전하게 운송을 진행하기 위해 중량물 운송에 사용되는 특수 장비인 모듈 트랜스포터(SPMT) 88대 넘게 동원했고, 초저속 운송으로 무게중심을 맞춰 진동을 최소화하는 방식 등이 동원됐다.
그러나 초대형 유물 운송 프로젝트가 진행됐지만 아직 발굴되지 않은 유적이 대규모로 존재하는 지역이라 댐관련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쿠르드족으로 알려진 주민들과 대표 유물은 이전했지만, 아직 발굴되지 않은 유물과 유적들은 댐으로 침수당할 것이라는 국제적인 비난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뉴스국 이미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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