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1' 협의체가 선거제 개정안을 둘러싼 진통 끝에 합의안을 도출했습니다.
연동형 비례제 도입이라는 원칙은 지켜졌으나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오른 개정 원안에서 크게 후퇴한 '누더기' 합의라는 비판이 제기됩니다.
협의체 합의안의 골자는 국회의원 의석 구성을 현행의 '지역구 253석·비례대표 47석'으로 유지하고, 정당득표율의 연동률은 50%로, 연동률 적용 의석수(cap·캡)는 30석으로 제한하기로 한 점입니다. 막판 도입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일었던 석패율제는 제외했습니다.
일단 더불어민주당으로서는 연동형 캡을 관철했다는 점에서 '성과'라고 자평할 수도 있습니다.
그간 당내에선 비례대표 할당 의석에 캡을 씌우지 않으면, 선거 결과에 따라선 비례대표 할당 의석수가 현저히 적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강하게 제기돼 왔습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캡을 25석으로 설정하는 방안을 제시한 데 이어 '캡 30석'을 타협안으로 제시하며 협의체의 소수야당을 설득했습니다.
'석패율제 도입 백지화'도 민주당으로선 성과입니다.
지역구의 '석패자'를 비례대표로 구제하는 석패율제의 경우 지역기반이 약한 정의당의 지역구 출마자들에게 '완주 의지'를 다지도록 하는 계기가 될 수 있었습니다.
바른미래당과 정의당, 민주평화당, 대안신당 등 군소야당들로서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된 점에서 일단 이득을 봤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특히 정당 지지율에 비해 지역구 기반이 약한 정의당이 이 제도의 큰 수혜자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자체가 정당 득표율에 비해 지역구 당선 성과가 미흡한 정당에 비례대표 의석을 더 떼 주는 방식으로 의석수를 보정해주는 제도이기 때문입니다.
'연동형 캡' 문제를 반대해 온 정의당 입장에선 현행 비례대표 의석수를 그대로 둔 선거법 개정안이 만족스럽지 않지만, 연동형 비례제를 법제화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습니다.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의 경우 석패율 도입을 요구하긴 했지만, 호남 의석수를 그대로 지켜냈다는 점에서 '선방'한 셈입니다.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던 협의체의 선거법 협상이 급물살을 탄 것은 자유한국당이 빼든 '비례한국당' 카드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한국당은 선거법 협상 타결시 비례대표 후보를 내는 별도의 위성정당을 만들어, 비례대표 할당석 축소 가능성에 대비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바 있습니다.
이에 민주당 내에서는 '비례민주당'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 연동형 캡을 20석까지 낮춰야한다는 의견 등 '동요 움직임'이 포착됐습니다.
이로 인해 마음이 급해진 소수정당들이 그동안 주장한 석패율제를 전격 포기하면서 합의 도출을 서두른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됩니다.
일단 한국당을 제외한 협의체의 합의로 선거법 개정안의 상정에는'청신호'가 켜졌지만, 개정 원안에서는 크게 후퇴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석을 각각 225석과 75석으로 설정한 원안에서 각각 27석·28석 증감시키면서 선거제 개혁에 따른 새 제도 설계를 위한 '기초'가 훼손됐다는 분석입니다.
각 정당득표율을 연동하는 비례대표 의석수에 상한선(cap·캡)을 둔 점도 후퇴한 내용의 하나로 평가됩니다.
당초 연동률을 100%가 아닌 50%의 '준연동'으로 한 것도 거대양당의 반대를 막기 위한 것이었는데, 거기에 캡까지 씌우면서 개정 협상의 시작이 된 '민심 그대로' 선거제 개혁 원칙과 더욱 멀어졌다는 것입니다.
다만 캡의 적용을 내년 총선에만 한시적으로 적용하기로 한만큼, 차차기인 22대 총선을 앞두고 이를 폐지할지 주목됩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