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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에서 최악으로…대한민국을 적으로 돌린 ‘노쇼’ 호날두 [2019년 그 사람]
입력 2019-12-23 18:57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축구선수는?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라고 답할 한국 사람은 거의 없다. 사진=천정환 기자
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2019년 한국 스포츠는 다사다난했다. 영광과 좌절, 환희와 아쉬움, 비상과 추락이 극명하게 갈린 한 해이기도 했다.
2019년 스포츠계에 닥친 여러 사건·사고에는 중심에 섰던 인물들이 있다. 이제 저물어 가는 2019년에 사건·사건의 중심에 섰던 이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2020년에도 영광을 이어가기 위해, 또는 좌절을 딛기 위해, 비상을 위해, 아쉬움을 남기지 않기 위해 각자 살고 있을 것이다. 화제의 인물들을 되돌아보고, 그 후를 조명해봤다. <편집자 주>
절정의 인기가 땅바닥으로 추락한 건 순식간이었다. 최고의 축구선수는 최악의 축구선수로 전락했다. ‘우리 형이라는 친숙한 별명도 오만한 ‘날강두로 바뀌었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4·유벤투스)의 ‘노쇼 논란은 지난여름 사회적 문제로 번지며 전 국민의 공분을 샀다.
호날두의 방한은 12년 만이었다. 박지성과 함께 한국땅을 밟았던 앳된 청년은 리오넬 메시(FC바르셀로나)와 양대 산맥으로 불리며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로 성장했다.
호날두의 유벤투스가 팀K리그와 친선경기를 펼친다는 소식에 축구팬은 앞다퉈 지갑을 열었다. 값비싼 티켓은 문제 될 게 없었다. 완판이었다.

7월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는 전국에서 몰린 축구팬으로 가득 찼다. 저마다 호날두와 특별한 사연이 있었다. 그리고 꿈에 그리던 호날두를 두 눈으로 보기를 희망했다. 최고의 하루를 기대했으나 최악의 하루가 됐다.
무리한 일정 속에 강행된 ‘쇼였다. 호날두의 체류 시간은 반나절도 안 됐다. 입국부터 예정보다 늦더니 사전 팬 미팅, 사인회에도 호날두는 등장하지 않았다.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라는 말도 들렸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드러날 ‘거짓말이었다.
모든 게 엉망이었다. 킥오프는 1시간 가까이 지연됐다. 교통 체증으로 유벤투스 선수단 버스가 킥오프 시간마저 지키지 못했다.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놀랍게도 누구 하나 불평하지 않았다. 티켓 환불을 요구하는 축구팬도 없었다. 자리를 지켰다. 호날두의 ‘환상적인 플레이를 보고 싶었을 뿐이다. 하지만 축구팬은 ‘환장했다. 그들이 본 호날두는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벤치에만 앉아있을 뿐이었다.
선발 명단에 제외된 호날두가 후반에 뛸 것으로 예상했다. 친선경기를 주최한 더페스타와 유벤투스, 그리고 한국프로축구연맹이 맺은 계약서에는 호날두의 45분 이상 출전 조항이 명시돼 있었다.
하지만 호날두는 근육 상태가 좋지 않다며 출전을 거부했다. 위약금만 내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최악의 상황으로 돌변했다. 축구팬은 호날두의 라이벌 메시의 이름을 연호하면서 호날두를 향해 야유를 퍼부었다. 일부는 경기가 종료되기도 전에 짐을 쌌다.
호날두는 끝까지 무성의했다. 경기 종료 후에는 팬은 물론 언론과 접촉도 없었다. 하나부터 열까지 거부했다.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마치 도망자 같았다. ‘팬 퍼스트는 남의 이야기였다.
심지어 유벤투스는 아시아 투어를 성공리에 마쳤다고 자화자찬을 했다. 반나절 방한에서 킥오프 지연, 경기 단축 요구, 철수 협박, 호날두 출전 계약 위반 등에 대해 하나도 언급하지 않았다. 오만했다. 마우리치오 사리 감독은 호날두의 결장에 대한 질문이 쇄도하자, ‘티켓 발언과 함께 화를 냈다.
졸속이었다. 더페스타와 연맹의 엉성한 업무로 번졌다. 축구팬은 ‘대국민사기극이라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했다. 시민단체의 고발을 접수한 경찰은 더페스타 사무실을 압수 수색하고 대표를 소환하며 수사를 벌였다.
한국과 축구팬을 우롱한 호날두는 ‘공공의 적이 됐다. 온·오프라인에서 그를 향한 비판이 빗발쳤다. 인기는 추락했다. 가장 좋아하는 축구선수는 가장 싫어하는 축구선수가 됐다. 팬은 하루아침에 다 떠났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일 수도 있다. 세금, 성폭력 등 문제로 시끄러웠던 호날두는 인성 논란까지 불거졌다. 속이 좁은 행동거지 하나하나는 조롱거리가 됐다.
호날두를 향한 비난은 한국에 국한되지 않았다. 전 세계가 그에게 쓴소리를 했다. 노쇼는 상습적이었다. 상대에 대한 존중은 없었다. 더 베스트 국제축구연맹(FIFA) 풋볼 어워즈는 물론 발롱도르 시상식에도 불참했다. 최종 후보에 올랐으나 말도 안 되는 핑계만 둘러대기 바빴다.
12월 들어 골 폭풍을 일으켰으나 11월까지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기용을 둘러싸고 사리 감독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제어장치가 없다. 제멋대로였다.
못된 아이에게 산타클로스의 선물은 없다. 올해 마지막 공식 경기에서 호날두는 고개를 숙였다. 유벤투스는 22일 라치오와의 수페르코파 이탈리아나에서 1-3으로 졌다. 호날두는 90분을 뛰었으나 무득점이었다.
호날두의 결승전 패배는 2012-13시즌 코파 델 레이 결승 레알 마드리드-아틀레티코 마드리드전 이후 6년 만이었다. rok1954@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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