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신년기획 / 지구촌 제로금리 공습 ② ◆
"상점에서 현금으로 결제한 적이 5년은 넘은 것 같네요. 현금을 하도 안 쓰다 보니 새로 바뀐 화폐를 구분하지도 못하겠네요." 지난달 스웨덴에서 만난 요엘 망누손 씨(29)는 2015~2016년 정부가 발행한 새로운 크로나 지폐를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상점에서 신용카드나 핀테크 서비스를 이용해 결제하고, 교회 헌금이나 대중교통 요금도 카드로 결제하기 때문이다. 스웨덴 무역협회(Svensk Handel)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으로 20% 넘는 가게가 아예 현금을 받지 않았다.
1661년 유럽 최초로 지폐를 발행한 스웨덴은 2023년 현금 없는 사회를 시작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스웨덴 은행 점포 중 70%가량은 이미 현금을 수납하지 않는다. 스웨덴 상점 상당수도 '현금 없는 가게'라는 알림을 내걸고 있다. 스웨덴은 상점 주인이 손님이 주는 현금을 거절할 수 있도록 법까지 바꿨다. 스웨덴 중앙은행인 릭스은행(RiksBank)이 조사한 결과 가장 최근 결제를 할 때 현금을 사용했다고 응답한 사람 비율이 2010년 39%에서 지난해 13%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로 금리가 '캐시리스(cashless)'를 가속화하고 있다. 제로 금리로 인해 대거 풀린 현금에 대한 거래·보관 비용을 낮추고, 현금이 보다 생산적인 방향으로 흐르게 하려면 캐시리스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캐시리스는 또한 탈세를 차단하고 지하경제 양성화도 유도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국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도 캐시리스가 필요한 이유다.
덴마크 코펜하겐 중심가인 스트뢰에 거리에서 거리 공연을 펼치는 페테르 씨 앞에는 기타 가방과 함께 A4 용지에 '모바일페이 31 41 10 02 감사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모바일페이는 덴마크 최대 은행인 단스케은행이 2013년 선보인 앱이다. 은행 계좌가 있는 덴마크 국민이면 누구나 본인 모바일페이 번호를 부여받기 때문에 상대방 모바일페이 번호나 휴대전화 번호로 간편하게 송금할 수 있다.
덴마크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모바일페이 사용자는 전체 인구(약 577만명) 중 83%에 달한다. 노숙자들과 거리 공연을 하는 사람들도 모두 모바일페이로 받는다. 모자를 뒤집어 놓고 지폐나 동전을 받는 모습은 이제 소설책에서나 가능한 얘기가 돼 버렸다.
영국도 2017년부터 체크(직불)카드 결제 건수가 현금 결제 건수를 앞질렀다. 대부분 결제 카드는 마그네틱이나 IC칩을 결제 단말기에 접촉하는 방식이 아니다. 우리나라 티머니 교통카드처럼 근처에 갖다 대기만 하면 결제가 이뤄지는 RFID 터치 방식이라 빠르고 간편하다. 현지인과 관광객 등으로 붐비는 피커딜리서커스역에서 수준급 전자기타 연주를 선보인 벤저민 씨도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동되는 무선 카드 단말기를 앞에 놓고 거리 공연을 하고 있었다. 벤저민 씨는 "관광객이 적은 지역은 현금을 놓고 가는 대신 카드 결제를 하겠다고 나서는 청중 비중이 더 많다"고 말했다.
이렇듯 '현금 없는 사회'의 공백을 메우고 있는 것은 핀테크다. 스웨덴 사람들 결제 수단은 오프라인에서는 '스위시(SWISH)', 온라인에서는 '클라나(Klarna)'라는 핀테크 서비스가 장악하고 있다. 스위시는 스웨덴 6개 시중은행이 모여 2012년 개발한 간편송금·결제 앱이다. 독일 통계 사이트 스타티스타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스웨덴 총인구 중 69%(약 700만명)가 이를 사용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온라인에서는 2005년 스웨덴에서 시작한 스타트업 클라나가 대표적인 결제 서비스 기업이다.
[특별취재팀 = 이승훈 차장(샌프란시스코·LA) / 김강래 기자(도쿄) / 정주원 기자(런던·암스테르담·바우트쇼텐) / 이새하 기자(스톡홀름·코펜하겐·헬싱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상점에서 현금으로 결제한 적이 5년은 넘은 것 같네요. 현금을 하도 안 쓰다 보니 새로 바뀐 화폐를 구분하지도 못하겠네요." 지난달 스웨덴에서 만난 요엘 망누손 씨(29)는 2015~2016년 정부가 발행한 새로운 크로나 지폐를 아직까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상점에서 신용카드나 핀테크 서비스를 이용해 결제하고, 교회 헌금이나 대중교통 요금도 카드로 결제하기 때문이다. 스웨덴 무역협회(Svensk Handel)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으로 20% 넘는 가게가 아예 현금을 받지 않았다.
1661년 유럽 최초로 지폐를 발행한 스웨덴은 2023년 현금 없는 사회를 시작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스웨덴 은행 점포 중 70%가량은 이미 현금을 수납하지 않는다. 스웨덴 상점 상당수도 '현금 없는 가게'라는 알림을 내걸고 있다. 스웨덴은 상점 주인이 손님이 주는 현금을 거절할 수 있도록 법까지 바꿨다. 스웨덴 중앙은행인 릭스은행(RiksBank)이 조사한 결과 가장 최근 결제를 할 때 현금을 사용했다고 응답한 사람 비율이 2010년 39%에서 지난해 13%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제로 금리가 '캐시리스(cashless)'를 가속화하고 있다. 제로 금리로 인해 대거 풀린 현금에 대한 거래·보관 비용을 낮추고, 현금이 보다 생산적인 방향으로 흐르게 하려면 캐시리스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캐시리스는 또한 탈세를 차단하고 지하경제 양성화도 유도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국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도 캐시리스가 필요한 이유다.
모바일페이는 덴마크 최대 은행인 단스케은행이 2013년 선보인 앱이다. 은행 계좌가 있는 덴마크 국민이면 누구나 본인 모바일페이 번호를 부여받기 때문에 상대방 모바일페이 번호나 휴대전화 번호로 간편하게 송금할 수 있다.
덴마크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모바일페이 사용자는 전체 인구(약 577만명) 중 83%에 달한다. 노숙자들과 거리 공연을 하는 사람들도 모두 모바일페이로 받는다. 모자를 뒤집어 놓고 지폐나 동전을 받는 모습은 이제 소설책에서나 가능한 얘기가 돼 버렸다.
영국도 2017년부터 체크(직불)카드 결제 건수가 현금 결제 건수를 앞질렀다. 대부분 결제 카드는 마그네틱이나 IC칩을 결제 단말기에 접촉하는 방식이 아니다. 우리나라 티머니 교통카드처럼 근처에 갖다 대기만 하면 결제가 이뤄지는 RFID 터치 방식이라 빠르고 간편하다. 현지인과 관광객 등으로 붐비는 피커딜리서커스역에서 수준급 전자기타 연주를 선보인 벤저민 씨도 스마트폰과 블루투스로 연동되는 무선 카드 단말기를 앞에 놓고 거리 공연을 하고 있었다. 벤저민 씨는 "관광객이 적은 지역은 현금을 놓고 가는 대신 카드 결제를 하겠다고 나서는 청중 비중이 더 많다"고 말했다.
이렇듯 '현금 없는 사회'의 공백을 메우고 있는 것은 핀테크다. 스웨덴 사람들 결제 수단은 오프라인에서는 '스위시(SWISH)', 온라인에서는 '클라나(Klarna)'라는 핀테크 서비스가 장악하고 있다. 스위시는 스웨덴 6개 시중은행이 모여 2012년 개발한 간편송금·결제 앱이다. 독일 통계 사이트 스타티스타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스웨덴 총인구 중 69%(약 700만명)가 이를 사용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온라인에서는 2005년 스웨덴에서 시작한 스타트업 클라나가 대표적인 결제 서비스 기업이다.
[특별취재팀 = 이승훈 차장(샌프란시스코·LA) / 김강래 기자(도쿄) / 정주원 기자(런던·암스테르담·바우트쇼텐) / 이새하 기자(스톡홀름·코펜하겐·헬싱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