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술이 아닌데 `술술` 넘어가요"…무알코올 음료, 5년간 8배 성장
입력 2019-12-23 17:20 
[사진 촬영 = 최기성 기자]

술 맛이 나지만 취하지 않는 무알코올 음료가 술을 대신하는 '대체음료'를 넘어 '대중음료'로 자리잡고 있다.
맥주나 칵테일 맛이 나는 무알코올 음료는 탄산음료로 분류된다. 알코올 함량은 0~1% 미만이다. 취할 염려 없이 맥주 혹은 칵테일의 맛을 즐길 수 있어 처음에는 술에 약하거나 술을 마실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최근 들어서는 건강과 다이어트를 위해 술 대신 무알코올 음료를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는 추세다. 덩달아 시장규모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3일 음료업계에 따르면 국내 무알코올 음료 시장은 1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2012년 하이트진로음료가 국내 최초로 무알코올 음료인 '하이트제로0.00'을 출시했을 당시 시장 규모는 13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5년 동안 8배 넘게 성장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밀레니얼 세대 3명 중 1명은 술을 마시지 않는 등 음주 문화가 달라지면서 저알코올과 무알코올 술이 새로운 주종으로 자리잡고 있다"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형 주류업체들이 무알코올 주류 생산에 뛰어들 채비를 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건전음주문화 확산과 무알코올 음료의 판매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세계적 흐름에 따라 향후 국내 무알코올 음료 시장이 2000억원대까지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한다.
세계 시장 조사 연구기관 글로벌 마켓인사이트는 세계 무알코올 주류시장이 2024년까지 연평균 7.6%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시아에서 맥주 소비가 많은 일본에서는 2009년을 기점으로 기린, 산토리, 아사히 등 대형 맥주기업이 잇따라 무알코올 음료를 출시하면서 시장 규모가 커졌다. 현재 일본 무알코올 음료 시장 규모는 8000억원 수준이다.
일본 주류 시장 위축에도 무알코올 음료 시장은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수요가 꾸준히 늘자 제품도 다양해지고 있다. 휴대성을 높이기 위해 페트 용기를 적용하거나 색상을 투명하게 해 일반 청량음료 같은 느낌을 주는 제품 등이 잇달아 출시되고 있다.
[사진 촬영 = 최기성 기자]
국내에서도 수입 제품을 중심으로 다양한 종류의 무알코올 음료가 쏟아지고 있다.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에 따르면 국내 유통되고 있는 무알코올 음료는 32종이다.
하이트제로0.00, 클라우드 클리어 제로 등 국내 제품 2종과 분다버그, 에딩거, 3홀스, 도라다 등 해외에서 수입되는 제품 30종이다. 최근에는 맥주뿐 아니라 무알코올 막걸리도 출시돼 소비자 선택권이 넓혀졌다.
국내 무알코올 음료 시장의 주도권은 하이트제로0.00이 잡았다. 하이트진로음료는 지난 2012년 11월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맥아 풍미의 무알코올 음료인 하이트제로0.00을 출시하며 수입 제품 위주의 무알코올 음료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 11월 출시 7주년을 맞은 하이트제로0.00는 11월 셋째 주 기준으로 누적 판매량이 5000만캔을 돌파했다.
국민 수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성인 인구 4000만명 모두가 하이트제로0.00을 1회 이상 마셔본 셈이다. 제품을 가로로 길게 누여보면 서울과 부산 직선거리(350km)를 8회 이상 왕복할 수 있다.
하이트진로음료는 일부 수입 무알코올 음료 제품들이 '무알코올'이 아니라 일정량의 알코올을 함유한 것과 달리 알코올을 전혀 넣지 않는 제조 방식을 채택했다. 제품명에도 무알코올을 강조하기 위해 '제로 0.00'을 넣었다. 또 하이트진로의 드라이 밀링 공법으로 만들어 입에 닿는 거품의 부드러움과 깔끔한 목 넘김을 강화했다. 칼로리는 355mℓ 한 캔 당 60kcal로 일반 탄산음료에 비해 절반 이하로 낮췄다.
하이트진로음료는 당시 특정 소비층을 위한 음료로 인식되던 무알코올 음료의 저변 확대를 위해 무알코올 음료를 마시는 다양한 음용 상황을 알리는데 주력했다. 알코올이나 칼로리에 민감한 여성 소비자들도 적극 공략했다.
그 결과 건강, 운동, 다이어트 등 여러 이유로 술을 마시지 않는 소비자들의 구매를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덩달아 브랜드 인지도도 높아져 국내 무알코올 음료 시장을 이끌게 됐다.
하이트진로음료 관계자는 "일본 무알코올 음료 시장과 비교하면 인구수와 물가 등을 고려할 때 국내 시장도 지금보다 20배 이상 성장할 가능성이 있다"며 "소비자 기대 수준을 넘기는 맛과 디자인 등 제품 리뉴얼과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하이트제로0.00을 시장 성장을 주도적으로 견인하는 제품으로 키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뉴스국 최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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