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박용만 회장, 세월호 유족에게 '팥죽' 받은 사연은
입력 2019-12-23 14:38  | 수정 2019-12-30 15:05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주말 행사가 있어 집을 나서는데 동지팥죽 두 그릇의 기프트 문자가 왔다"며 두산그룹 계열사 직원이자 세월호 유족에게 팥죽을 받은 사연을 소개했습니다.

박 회장은 어제(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잠 못 이루는 밤에 조금 긴 글`이라는 글을 올리며 직원이자 세월호 유족과 얽힌 사연을 털어놨습니다.

박 회장은 "이젠 5년이 넘었으니 이야기해도 되겠지 싶다"면서 "지난 2014년 4월의 잔인한 그 날이 정신없이 지나고 다음 날 보고가 왔다. 그룹 계열사 직원의 아이가 그 배에 탔다는 소식이었다"며 조심스럽게 당시 기억을 꺼냈습니다.

이어 "설마 나는 해당이 없으리란 교만에 벌을 받은 듯 철렁했다"며 "마음만 무너져 내릴 뿐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채 며칠의 잔인한 시간이 흘렀고 더는 가만히만 있을 수가 없어 무작정 진도에 내려갔다"고 밝혔습니다.


박 회장은 "내가 (당시 진도 체육관에) 들어가도 되나 싶어 고개를 숙이고 조심스레 들어서는데 눈에 들어온 광경이 너무나도 처참했다"며 "아무리 여러 번 TV를 통해 보았어도 소리와 현실이 더해진 그 자리에서 받는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는 "충격 때문에 뭐라 했는지 기억이 안 나는 몇 마디 위로를 간신히 전하고는 그냥 다시 돌아섰다"며 "무슨 일이 있건 어떤 이유에서건 상처받은 유가족을 향해 비난하거나 비아냥을 하는 것은 정말 인간의 도리가 아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박 회장은 자신의 지인인 정신과 의사 정혜신 박사에게 도움을 청해 해당 직원을 도왔고, 직원의 소속 계열사에도 직원이 가족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하도록 편의를 제공하도록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그 후 그 애아빠와 가끔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가 됐고 난 해준 게 별로 없었는데 내게 팥죽을 보내주는 정이 고맙기 짝이 없다"며 "안 차장 고마워, 팥죽 잘 먹을게"라고 사의를 표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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