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단독] 北 원산·금강산지구 노동자 임금 90달러 책정…인터넷도 허용한다
입력 2019-12-23 11:20 

◆ 2005년 개성공단 출범 당시보다 40달러 올라
북한의 최대 역점사업 중 하나인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에서 일하게 될 노동자의 한달 최저임금을 90달러로 책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북한이 정한 이 곳의 토지임대료는 1㎡당 1~5달러인 것으로 함께 확인됐다. 이 같이 구체적인 수치가 공개된 것은 처음으로, 북한의 현 경제상황은 물론 대외투자유치 방향 등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매일경제가 최근 입수한 '원산-금강산국제관광지대에서의 각종 료금·수수료' 자료에 따르면 북한은 해당 관광지대에서 일하게 될 노동자들의 월 최저로임(Minimum Salary)은 90달러, 개발 참여기업에 적용하는 토지임대료(Rent of leased land)는 1㎡당 1~5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지난 2006년 처음으로 개성공단이 문을 열었을 당시 북측 노동자 월최저 노임이 월 50달러로 시작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약 10여년 만에 40달러 정도가 오른 셈이다.
북한의 최대 역점사업인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 조성사업은 지난 2014년 5월 '원산·금강산지구 총계획'을 발표하며 시작했고 이듬해 5월 착공식을 열렸다. 현재 '원산 국제관광지대'에만 약 270개동의 호텔과 콘도가 들어서고 있으며, 북한은 내년 4월 완공해 이곳에만 연간 100만명 관광객을 유치하겠다고 팔을 걷어 부친 상태다. 앞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선임자들의 의존정책이 매우 잘못됐다"며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싹 들어내야 한다"며 자체 개발 계획을 사실상 선포한 바 있다.
◆ 해외투자자 겨냥 인터넷 허용…망수수료 550유로
북한이 원산 금강산국제관광지대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은 요금·수수료 체계를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해외투자자들의 편의를 위해 이 지역에서 인터넷을 사용하게 하고, 인터넷망 사용료를 받을 계획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인원이 5~10명인 사무실의 경우 인터넷망 사용료로 월 550유로(약 71만원)를 받고 4명 이하의 사무소는 300유로로 가격을 정했다. 인터넷 통화요금은 시간당 4.57유로로 적혀있다.
뿐만 아니라 국제 기준에 맞게 요금을 세분화해 제시하는 모습도 눈에 띈다. 일례로 기업등록증을 발급받는데 건당 200달러의 비용을 제시하고 있으며, 자동차 세무등록 및 외국인세무등록을 위해서는 건당 30달러로 책정했다.
◆ 北, 위탁방식 아닌 직접 관광지구 개발 나서
북한이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구를 구축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과거와는 방식이 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금강산 지구를 개발했을 때처럼 토지 전체를 장기 임대하고 개발과 운영을 현대그룹에 맡겼던 모습이 아니다. 북한이 개발구의 청사진을 그리고 그 설계도에 따라 스스로 공사를 해나가고 있다.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 체제 이후인 지난 2013년 5월 경제개발구법을 제정해 현재까지 총 28개의 경제특구·개발구를 지정하며 관광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3일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의 관광 전문 경제특구·개발구는 총 6곳에 이른다. △무봉국제관광특구(양강도) △금강산국제관광특구(강원도)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강원도) △청수관광개발구(평안북도) △온성섬 관광개발구(함경북도) △신평관광개발구(황해북도)가 그것이다.
북한의 원산지구개발총회사는 "연평균 기온이 10.4도이며 앞바다에는 4㎢에 달하는 여러개의 아름다운 섬들이 있다"며 "관광지대에는 140여개의 역사유적과, 10여개의 백사장을 비롯해 680여곳의 관광명소, 4개의 관청자원과 330여만t의 감탕자원이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춘희 북한 국가관광총국장은 지난 5일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과 인터뷰에서 "국제관광 뿐 아니라 국내관광도 최근 시기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해마다 그 수가 증가하여 수백만 명을 헤아리고 있다"며 "전례 없이 많은 외국관광객들이 조선에 찾아오고 평양과 개성, 묘향산지구에 대한 관광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 관광인력 양성 2014년 최초 관광단과대 설립
최근 중국인들의 관광 행렬은 단순 여행이 아닌 '투자관광'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 투자설명회를 베이징·선양 등에서 수차례 개최하며 투자유치에 적극적이다. 원산국제관광지구에 계획 중인 국제음식거리에 투자할 경우 수익률(IRR) 28.4%를 거둘 수 있다고 홍보하는 등 구체적인 수익률까지 적시하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북한이 제시한 투자대상안내에서는 계획 중인 70여개의 투자 대상들을 소개하고 있다. 북한의 원산지구개발총회사는 "원산·금강산국제관광지대에 있는 원산지구, 마식령스키장지구, 울림폭포지구, 석왕사지구, 통천지구, 금강산지구 면적은 400여㎢에 달한다"고 소개하고 있다.
최근 평양을 다녀온 호주의 한 교민 기업가는 "평양거리에 중국 관광객은 물론 네덜란드·스페인 등 각국 단체 관광객이 넘쳐나고 있으며 평양을 찾는 관광객이 포화상태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광둥, 상하이, 시안 등 중국 내 형편이 좋은 지역에서 관광객을 확보해서 방문 인원을 늘리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양에서는 이미 차량 2부제를 실시하고 있지만 차량은 늘고 있다는 전언이 이어지고 있으며, 여명거리에만 80개가 넘는 음식점이 들어섰다고 한다. 삼지연 관광특구, 양덕 온천관광지구와 같은 대형건설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북한은 관광 인프라를 확대하기 위해 현재 지역별 숙박시설 현대화 등 인프라 개선 작업이 진행 중이며, 도별 '관광 전문가 양성 교육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이미 지난 2013년 평양상업대학 봉사학부(관광학부)를 확대 개편했으며, 이듬해인 2014년에는 북한 최초 관광단과대학을 설립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온라인 관광홍보에 주력하면서 관광지는 물론 '맛집소개'에도 적극적이다.
[김정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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