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엇갈린 서민대출…보금자리 `明` 디딤돌 `暗`
입력 2019-12-22 18:22 
'서민 내 집 마련'을 위해 정부가 출시한 정책 주택 대출 상품 '디딤돌대출'과 '보금자리론'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디딤돌대출이 올해 들어 반 토막 난 가운데 보금자리론은 두 배로 폭증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가 각각 운영하고 있는 두 정책 대출 상품 간 엇갈린 운명은 금리에서 비롯됐다. 디딤돌대출이 시중은행보다도 불리한 금리를 제공하는 '역설'적 상황이 벌어지면서 서민들에게 외면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A시중은행에서 올 들어 11월까지 신규로 취급한 보금자리론은 지난해 연간 전체 취급액보다 93% 늘었다. 연간 기준으로 한 달을 덜 집계했음에도 불구하고 두 배 가까이 불어났다. 반면 A은행이 올 들어 11월까지 신규 취급한 디딤돌대출은 지난해보다 51%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반 토막' 난 셈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디딤돌대출 신규 취급액은 2016년 4조원, 2017년 3조2000억원, 2018년 1조1000억원 등 지속적으로 감소하다 올해 11월에는 5000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주택금융공사가 운영하는 보금자리론은 부부 합산 연소득 7000만원 이하 무주택자 또는 1주택자(2년 내 처분 조건)를 대상으로 하는 정책 모기지 상품이다. 주택 가격 기준은 6억원이다. 주택저당증권(MBS)을 발행해 재원을 마련하기 때문에 시중금리와 연동돼 금리가 결정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가 담당하는 디딤돌대출은 부부 합산 연소득 6000만원 이하 무주택 가구주를 대상으로 한다. 주택 가격 5억원·전용면적 85㎡(수도권 기준) 이하 주택에 대출 집행이 가능하다. 주택을 취득할 때 구매하는 국민주택채권과 청약저축 등을 재원으로 한다. 두 종류 대출 모두 시중은행이 위탁받아 판매하고 있다.
디딤돌대출은 상대적으로 저소득층·저가 주택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금리는 보금자리론에 비해 오히려 불리한 상황이다. 디딤돌대출은 연소득 2000만원 이하, 2000만~4000만원, 4000만~6000만원에 따라 각기 다른 금리가 적용된다. 이 가운데 수요가 가장 많은 '만기 30년·소득수준 4000만~6000만원'에 대한 금리는 현재 연 3.15%로 보금자리론(30년 만기) 금리 연 2.55%에 비해 0.6%포인트 높다.
은행연합회가 고시하는 국내 시중은행 평균 주택담보대출(분할상환식) 금리가 연 2.33~3.2%인 것을 감안하면 디딤돌대출 금리는 은행 평균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다.
금리 하락기에도 불구하고 디딤돌대출 금리가 계속 동결돼 온 것 역시 문제다. 소득수준 4000만~6000만원 구간에 대한 디딤돌대출 금리는 2017년 1월 변경된 것을 마지막으로 금리가 3년 가까이 동결됐다. 그나마 소득수준 4000만원 이하에 대한 금리는 지난해 8월 한 차례 변경됐지만 1년4개월가량 변동이 없었다.
반면 보금자리론(30년 만기) 금리는 지난해 12월 연 3.35%에서 올해 11월 연 2.55%로 1년 새 0.8%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이러다 보니 디딤돌대출 수요는 급격히 줄어들고 보금자리론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금융권 안팎에서는 디딤돌대출 운영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디딤돌대출 금리는 기금 수급 상황 등을 고려해 국토교통부가 결정하는데, 시장 금리와 괴리된 금리를 유지하면서 서민들에게 외면받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상 서민들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서민들에게 내 집 마련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게 정부 기본 정책인데 디딤돌대출은 사실상 방치돼 있다"고 지적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 측은 "재원을 전세자금 쪽으로 초점을 맞추는 정책적인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승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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