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200만프랑 고액계좌…수수료 0.75% 부과
입력 2019-12-22 17:57  | 수정 2019-12-23 16:38
◆ 2020신년기획 / 지구촌 제로금리 공습 ① ◆
유럽 5대 은행인 스위스 UBS의 런던법인에서 일하는 윤참솔 은행 담당 애널리스트는 "초저금리 이후 유럽의 투자처는 현금 자산을 그대로 보유하거나 부동산에 투자하거나 둘 중 하나"라고 단언했다. 현금 자산은 언제든지 현금화할 수 있는 단기 예금 등을 말한다. 그는 "1~2년 만기의 예·적금은 이자가 낮아 의미가 없어졌고 경기 흐름이 좋지 않으니 사람들이 위험자산 투자를 망설이게 됐다"며 "은행에 잠시 돈을 맡겨둘 수 있는 수시 입출식 월급통장의 자금 흐름이 더 활발해졌다"고 설명했다.
당초 저금리는 투자를 유도하고 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돈을 쌓아두는 것의 매력을 낮추려고 도입된 것인데 오히려 반대의 결과가 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마이너스 금리 환경이 불확실성을 가중시켜 본래 의도를 달성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유럽중앙은행(ECB)에 따르면 지난 10월 기준 유로존 국가에서 단기예금 잔액은 6조4400억유로로 장기예금 잔액 1조2700억유로보다 5배 이상 높았다. 2008년 말 각각 3조5000억유로, 1조8000억유로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단기예금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이 기간 ECB의 대기성 수신금리(deposit facility rate)는 2008년 10월 3.25%에서 올해 9월 현재 -0.5%로 추락했다. 마이너스 금리가 되면서 은행들은 개인계좌에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스위스계 크레디트스위스는 100만유로(약 13억원) 이상 개인계좌에 연 0.4%, UBS는 200만스위스프랑(약 23억8000만원) 이상 개인계좌에 연 0.75% 수수료를 부과한다고 선언했다. 윤 애널리스트는 이에 대해 "지속 가능한 경영을 위한 선택일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고액 자산가가 현금 보유를 고수하는 경우 예금 지급 부담이 커져 은행으로선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특별취재팀 = 이승훈 차장(샌프란시스코·LA) / 김강래 기자(도쿄) / 정주원 기자(런던·암스테르담·바우트쇼텐) / 이새하 기자(스톡홀름·코펜하겐·헬싱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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