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광주 모텔 방화 용의자, '불 지르고 제일 먼저 대피'…신변비관 추정
입력 2019-12-22 13:03  | 수정 2019-12-29 13:05

30대 남성이 투숙객이 가득 찬 모텔에서 불을 질러 1명이 숨지고 30명이 넘는 피해자가 발생했습니다.

방화 용의자 김모(39)씨는 오늘(22일) 0시께 광주 북구 두암동의 한 모텔로 들어갔습니다.

가방 등을 양손에 든 그는 홀로 3층 모텔방을 잡아 투숙했습니다.

그로부터 약 6시간 후인 오전 5시 45분께 그가 묵은 모텔방에서는 연기와 함께 화염이 치솟아 올랐습니다.


불을 지른 건 김씨였습니다.

김씨는 처음에는 라이터로 베개에 불을 붙인 후 불을 확산시키기 위해 화장지를 둘둘 풀어 올려놓기까지 했습니다.

불길이 거세게 일자 그는 이불을 덮고 객실을 벗어났습니다. 그런데 깜박 짐을 놓고 온 것을 안 김씨는 다시 모텔방에 들어갔습니다.

그리고는 짐을 챙겨 나오다 메케한 연기를 마시고, 화염으로 등에 화상을 입는 김씨는 모텔에서 가장 먼저 대피해 구조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김씨가 불을 낸 객실 방문을 열면서 산소가 공급돼 불길이 더욱 거세진 것으로 소방당국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김씨도 방문을 열자 불길이 거세게 번졌다고 경찰에게 진술했습니다.

불길은 그가 머문 모텔방 내부를 모두 태우고 복도 건넛방까지 번졌습니다.


불은 긴급 출동한 119 소방대에 의해 비교적 초기에 진화됐지만, 메케하고 시꺼먼 연기가 인명피해를 키웠습니다.

당시 모텔에는 50여명의 투숙객이 머물고 있던 것으로 파악됐는데, 20여명은 자력으로 대피했으나 30여명은 4~5층에 갇혀 있다가 소방구조대에 의해 구조돼 병원으로 이송됐습니다.

비교적 신속한 대응이 인명피해를 줄였지만 1명이 연기흡입으로 숨졌고, 32명은 중경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경찰은 특정 모텔방에서만 불이 급속히 번진 점 등을 토대로 화재 초기부터 방화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용의자를 찾아 나섰습니다.

병원에서 치료 중인 김씨가 비교적 초기에 대피해 그을음 흔적이 적은 점 등을 토대로 그에게 접근해 "불을 질렀냐"고 추궁했습니다.

그러자 김씨는 "제가 불을 지른 것 맞다"고 실토했습니다.

일용직 노동일을 하는 김씨는 오피스텔에 거주하나 알 수 없는 이유로 주거지로 귀가하지 않고 모텔에 투숙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술을 마신 상태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불을 지른 경위에 대해서는 치료를 받고 있어 정확한 진술을 하지 못하나, 횡설수설하는 과정에서 신변을 비관하는 내용을 진술했다고 경찰은 전했습니다.

경찰은 김씨가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불을 지르고, 막상 불이 크게 번지자 놀라 대피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또 김씨가 불이 시차적으로 확산하도록 베개, 화장지, 이불 등을 차례로 덮은 것에 주목하고 이른바 신변을 비관해 '묻지 마 방화'를 했을 가능성도 열어놓고 수사 중입니다.

경찰은 김씨기 병원 치료를 마치는 대로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할 예정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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