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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똘한 TDF에 돈 몰렸다…3조 돌파 눈앞
입력 2019-12-18 18:01  | 수정 2019-12-18 21:39
공모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심해지는 상황에서도 타깃데이트펀드(TDF)에는 돈이 몰리고 있다. 높은 수익률에 노후 대비 자금이 꾸준히 적립식으로 들어오며 순자산 3조원을 바라보고 있다.
18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순자산 기준 TDF 전체 규모는 2조9030억원, 설정액은 2조4442억원으로 1년 전보다 1조1163억원이 늘었다. 삼성자산운용이 2016년 초 '한국형 TDF'를 출시하며 자산운용사들이 TDF 출시 경쟁에 뛰어든 지 4년이 안 돼 설정액이 2조5000억원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최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TDF가 순자산 1조3027억원, 삼성자산운용은 1조83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TDF는 은퇴 시점이 다가올수록 글라이드패스(Glide path·자산 간 배분 비율을 나타내는 곡선)에 따라 안전자산(채권 등)의 비율을 늘리는 펀드다. 은퇴 시점이 많이 남았을 때는 주식 같은 위험자산에 투자해 공격적으로 돈을 불리다가 은퇴 시점이 다가오면 안전자산 비중을 높여 돈을 지키는 전략을 써 노후 대비용으로 활용되고 있다.
TDF 자체는 세제 혜택이 주어지는 펀드가 아니지만 개인퇴직연금계좌(IRP)나 개인연금저축 계좌에 담으면 연말정산 시 최고 16.5%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류경식 미래에셋자산운용 연금마케팅부문 전무는 "TDF가 수익률이 좋아서 원하는 시기에 맞춰 목돈을 마련하는 용도로도 쓰일 수 있지만 대부분은 노후 준비를 위한 연금 계좌에 넣는 비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하나의 자산군에 집중하는 연금 펀드를 여러 개 들어 노후 대비를 했다면 이제는 TDF 하나로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하는 게 가능해져 은퇴자금 마련 수요가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공모형 펀드는 수익률 부침에 따라 자금 유출이 심할 때도 있지만 노후 대비용 자금은 최고 연 700만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꾸준히 납입하려는 수요가 많다.
높은 수익률도 TDF의 순자산 증가 속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1년간 TDF 펀드 평균 수익률은 12.37%다. TDF 중 수익률이 가장 높은 펀드인 신한BNPP마음편한TDF2040은 18.43%에 달한다. 한국 증시가 부진한 상황에서도 글로벌 증시에 투자하고 채권과 대체투자 비중을 가져간 덕에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이다.
TDF는 글로벌 분산 투자를 주된 전략으로 하기 때문에 한국 주식의 편입 비중이 최대 10~20%로 낮은 편이다. 대신 올해 들어 30% 가까이 오른 미국 주식 비중이 높은 까닭에 좋은 성과를 냈다. 특히 은퇴 시점까지 시간이 많아 위험자산 비중을 높게 가져갈 수 있는 2040형(2040년을 은퇴 시점으로 설정)이나 2050형의 성과가 좋았다.
미래에셋전략배분TDF의 경우 자본차익보다 꾸준히 현금흐름을 낼 수 있는 인컴 자산의 비중을 높였는데 올해 리츠, 인프라펀드 등의 수익률이 높게 나오면서 전체 펀드 수익률을 끌어올렸다.
일부 TDF는 환헤지 대신 환오픈 전략을 써 수익률을 더 높일 수 있었다. 올해 전반적인 원화 약세 현상이 지속되면서 달러 등 외화 자산의 가치가 더 올라간 것이다. 김성훈 신한BNPP자산운용 솔루션운용팀장은 "올해 선진국 주식이나 이머징 자산에 대해 환오픈 전략을 쓰면서 펀드 수익률이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강대진 한화자산운용 솔루션운용팀장 역시 "글로벌 주식에서는 환오픈 전략을 쓰면서 글로벌 채권은 환헤지 전략으로 가져가 리스크를 낮추면서도 수익률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TDF 시장의 성장세는 계속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공모펀드 자금 유출이 심화되는 가운데서도 TDF에만 돈이 많이 몰리고 있으니 자산운용사로서는 미래를 보고 이 시장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올해만 해도 NH아문디자산운용, 교보자산운용이 TDF 시장에 새로 진출해 현재 총 10개 자산운용사가 TDF를 운용하고 있다.
[김제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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