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오픈뱅킹 전면시행…금융혁신 무한경쟁시대
입력 2019-12-18 17:53  | 수정 2019-12-18 19:45
18일 열린 `오픈뱅킹 서비스 출범식`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영기 금융보안원장,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은성수 금융위원장, 김태영 전국은행연합회장, 김학수 금융결제원장. [이승환 기자]
은행과 핀테크 장벽을 허무는 '오픈뱅킹' 전면 시행으로 금융혁신 무한 경쟁의 본격적인 서막이 올랐다. 앞서 10월 30일 은행권에 시범 도입된 데 이어 18일부터 핀테크 업체를 포함한 47개 업체가 오픈뱅킹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번 정책이 향후 마이데이터 산업과 개인 맞춤형 금융서비스 등장의 초석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오픈뱅킹은 은행의 폐쇄적인 송금·결제망을 오픈 API(표준화된 은행 기술기반) 형태로 핀테크 기업에 개방하는 정책이다. 예를 들어 한 핀테크 스타트업이 간편송금·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18개 시중은행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제휴를 맺어야 했고, 고객이 이체를 할 때마다 건당 400~500원의 높은 이용료를 부담해야 했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토스와 카카오페이의 연간 펌뱅킹 수수료 부담액은 올해 6월 기준 각각 약 600억원, 400억원에 달했다. 고객이 많아질수록 비용 지출이 커지는 부담스러운 구조였다.
금융당국 주도로 올해 2월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방안' 발표 후 업계 협의 끝에 도입된 오픈뱅킹은 각 은행의 잔액, 거래내역 조회뿐 아니라 입·출금 이체를 포함시켰다. 일일이 제휴를 맺을 필요 없이 고객 본인이 동의만 하면 특정 핀테크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은행 앱에서 국내 18개 모든 은행 계좌를 연동시킬 수 있다. 핀테크 기업이 부담하던 펌뱅킹 이용료도 10분의 1~20분의 1 수준으로 대폭 줄였다. 비용 부담이 줄어든 만큼 토스와 카카오페이는 무료 송금 건수를 현행 월 10회 수준에서 더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또 핀테크 플랫폼 핀크는 고객이 한 번의 실행만으로 최대 5개 계좌에 지정한 금액을 무료 송금할 수 있는 다중 송금 '내 계좌 간 이체'를 선보인다. 월급이 들어오면 생활비, 적금, 비상금 등 용도에 따라 이른바 '통장 쪼개기'를 수월하게 할 수 있게 된다. 내년 상반기 중에는 핀크 계좌를 활용해 1개의 체크카드와 여러 은행 계좌를 연결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신한카드와 함께 선보일 계획이다.

금융 소비자로선 이전에 핀테크 업체가 일일이 제휴를 맺어 서비스를 실현시킨 방식과 오픈뱅킹 사이에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울 수도 있다. 다만 향후 데이터 3법 개정 등으로 도입될 데이터 산업과 연계하면 방대한 결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비 패턴 분석 △통합 자산 관리 등 고도화된 맞춤형 금융 서비스 도입 발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다. 지난해 서비스를 시작한 자산관리 핀테크 알다의 김형석 대표는 "간편송금 서비스 등 구축 비용을 절약하는 등 긍정적인 면이 많다"며 "핀테크 진입 장벽이 낮아진 만큼 혁신 경쟁자가 많아질 것으로 보여 업체로선 기회이자 위기"라고 평가했다.
이날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서울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개최한 '오픈뱅킹 서비스 출범식'에서 "오픈뱅킹은 금융사 간 벽을 허물고 경쟁적 협력을 유도할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금융의 미래 모습은 모든 금융권이 개방형 혁신에 참여하는 오픈 파이낸스"라고 말했다. 이어 "데이터산업·전자금융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제도와 인프라스트럭처도 정비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참여 기관을 저축은행, 상호금융, 우체국 등 제2 금융권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현재 현실화된 잔액 조회·자금이체 기능 외에 타행 대출 조회 등 다양한 기능을 붙여나갈 방침이다. 내년 하반기에는 오픈뱅킹이 지속적으로 자리 잡게 하기 위해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으로 법적 근거도 마련할 계획이다.
혁신 핀테크 친화적인 오픈뱅킹이 시행되자 기존 대형 은행들은 고객을 붙잡아두기 위한 각종 특판 상품과 이벤트를 들고 나왔다. KEB하나은행은 자체 모바일 앱 '하나원큐'에서 오픈뱅킹에 가입하는 고객에게 우대금리를 주는 정기 예·적금을 출시했다. 적금은 기본금리 연 1.8%에 우대금리를 더해 최대 연 3.6%까지 받을 수 있다. IBK기업은행은 오픈뱅킹 전용상품으로 연 최대 3.0%를 적용해주는 'IBK첫만남통장'을 내놨다.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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