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경찰, 일산 여성병원 화재 대피과정 수사…"고층 경보기 안울려"
입력 2019-12-18 16:59  | 수정 2019-12-25 17:05

지난 14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여성병원에서 발생한 화재는 바로 옆 소방서 덕에 큰 부상자가 발생하지 않고 진화됐으나, 신생아와 산모 등이 지내는 시설이었던 만큼 화재 대피과정에서 실제로 문제가 없었는지 경찰이 집중 수사 중입니다.

화재사고를 수사 중인 경기 일산동부경찰서는 "화재 직후 대피 과정에서 병원 관계자의 매뉴얼 준수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면서 "폐쇄회로(CC)TV 분석이나 진술 등을 토대로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오늘(18일) 밝혔습니다.

특히 화재 경보장치가 불이 난 1층과 그 위아래층에서만 울려, 고층에서는 제대로 된 대피 안내를 받지 못했다는 주장이 제기됨에 따라 경찰은 사실관계를 파악 중입니다.

일산지역 기혼여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인 '일산아지매'(네이버 카페)에서 한 이용자는 "아가랑 신랑이랑 7층에 있다가 탈출했는데, 소방벨·안내방송 하나 없었다"면서 "복도에 연기 꽉 찰 때까지 모르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커뮤니티의 또 다른 이용자도 "5층에서도 (경보기가) 안 울렸는데 상황이 심각한지도 몰랐다"면서 "간호사·의사들도 우왕좌왕 어찌할 바를 몰라하더라"고 주장했습니다.

경보기가 1·2층과 지하 1층에서만 울린 것은 다중이용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대피 과정에서의 혼란을 막기 위한 조치입니다.

'자동화재탐지설비 및 시각경보장치의 화재안전기준'에 따르면 층수가 5층 이상이고 연면적이 3천㎡를 초과하는 경우, 1층에서 불이 났을 때는 1층과 그 위아래층에만 경보가 울리게 돼 있습니다.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건물 전체에서 화재경보장치가 동시에 작동하게 되면 더 큰 사고가 날 수 있기에 이를 방지하고자 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대피 과정에선 질서가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에 화재경보기가 전체 층에 울리지 않은 것 자체를 안전의 사각지대로 볼 순 없다"면서도 "이는 물론 다른 층에서 경보기가 울리지 않더라도 피난 유도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준비가 돼 있다는 전제하에 그렇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서 그는 "그런 점에서 대피 과정에서 일부 산모들이 직접 연기를 보고 나서야 불이 난 것을 알게 된 사실 등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지난 14일 오전 10시 7분쯤 이 병원 1층에서 불이 나 신생아·산모 병원 관계자 등 357명이 대피했으며 25분 만에 진화가 완료됐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경찰, 소방 등 관계기관은 지난 17일 정확한 화재 원인 규명을 위한 합동 감식을 진행했습니다.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1층 외부 천장 배관의 동파방지용 열선 설치가 적절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주 중 진료 재개를 예상했던 병원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다시 게시하며 "소방, 전기, 가스 등 설비의 구조 안전 진단과 전문기관의 공기질 측정을 모두 완료한 후 진료를 재개하겠다"고 안내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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