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실확인] "법무부의 검찰 조기 인사는 위법하다?"
입력 2019-12-18 16:29  | 수정 2019-12-18 18:02

2,079명. 혹자는 '정의롭다'고 칭하지만, 다른 쪽에선 '검찰 공화국'의 주범이라는 비판을 받는 대한민국 검사들의 숫자입니다.

드라마와 소설 속에서 검사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직업으로 묘사될 때가 잦은데, 그 검사도 벌벌 떠는 게 있습니다.

바로 '인사'입니다.

검사 역시 대한민국 정부의 공무원으로 법무부 장관의 제청을 통해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기 때문입니다.


■ 갑자기 불거진 검찰 인사 위법성 논란

그런데 최근 법무부가 검사장과 차장·부장검사 승진 대상자들에게 인사검증 동의서를 보냈습니다.

7월 말에 검찰 인사가 단행된 지 반년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라 이례적인 일입니다.

일각에서는 현재 정부를 향한 수사를 진행 중인 수사팀을 '와해' 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또, 추미애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업무보고를 받은 직후에 나온 일이라 위법 논란까지 불거졌습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통상적인 인사와 관련해 검증 기초 자료를 제출받는 차원"이라며, "장관 후보자의 지시는 없었고 있을 수도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 '필수보직기간'엔 예외 규정 많아

후보자의 인사 개입 논란은 뒤로 미뤄놓고, 여기선 장관 임명 후에 인사가 이뤄진다면 법적으로 문제가 있는지만 따져보겠습니다.

인사의 '위법성'을 주장하는 측에서 들고 나오는 논거인 '필수보직기간'부터 살펴봤습니다.

필수보직기간이란 공무원이 다른 직위로 전보되기 전까지 현 직위에서 근무해야 하는 최소기간을 말합니다.

지난해 12월, 개정된 검사인사규정 등에 따르면 차장·부장검사는 1년, 평검사는 2년을 필수보직기간으로 합니다.

이 필수보직기간을 무시한 채 인사가 단행된다면, 상황에 따라서 형사처벌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물론 여기서 예외 규정이 있는데 무려 7가지나 됩니다.

조직 개편이나 정원 변경, 징계 처분 혹은 수사 기관의 조사를 받을 때, 그리고 승진 등이 필수보직기간을 피할 수 있는 조건입니다.

이번에 인사 검증 동의서를 받은 검사들을 살펴보니, 대검 검사급, 이른바 검사장으로 승진할 수 있는 사법연수원 28·29·30기, 그리고 부장검사 승진 대상자인 연수원 34기였습니다.

즉, 예외 규정 중 하나인 승진을 염두에 둔 조치로 볼 수 있는 만큼, 실제 장관 임명 후 인사가 단행돼도 '위법성'은 없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또 물갈이가 예상되고 있는 검사장들은 아예 필수보직기간이라는 게 없어서 전보나 승진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 "인사에 위법성은 없다"

결론적으로 추 후보자가 장관이 된 이후 예외 규정을 활용해 인사를 단행한다면 법적인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극단적으로 청와대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나 반부패수사2부의 부부장검사들을 모두 승진시켜 다른 부서로 전보시켜도 됩니다.

마침 두 부서의 부부장검사들 모두 연수원 34기라 부장검사 승진에 문제는 없습니다.

검사장들에 대한 인사에도 아무런 제약이 없어 전국 3개 고검장 자리를 포함해 비어 있는 검사장급 보직 6자리를 채우는 것도 인사권자의 '의지'로 볼 수 있습니다.

■ 수사 담당 인사 땐 논란 불가피

다만, 지난해 검사인사규정을 개정한 목적은 검찰의 중립성과 공공성 확보였습니다.

당시 법무부는 수도권 검찰청과 법무부, 대검찰청 등을 연이어 근무하는 '귀족 검사'를 타파하겠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런데 부부장검사는 비유하자면 수사 실무자 중 최고참에 속합니다.

수사 실무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이 인사로 인해 수사팀에서 빠지면, 수사는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다 보니 검찰의 중립성·공정성을 확보하겠다던 정부가 역설적으로 이를 훼손한다고 보는 시각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없이 인사가 단행되더라도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손기준 기자 [ standard@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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