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어제(17일) 내년 총선에 출마할 당 대표급 지도자들에게 '전략적 지역'에 출마하라고 권고하면서 당내 반발을 부르고 있습니다.
한국당 총선기획단은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에서 "당 대표를 지냈거나 지도자적 위치에 있었던 큰 정치인은 당과 협의해 전략적 거점지역에 출마해 이번 총선을 이끌어 주실 것을 권고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습니다.
전략적 거점지역이란 20대 총선에선 다른 당 후보가 선출됐지만, 한국당의 자체 여론조사 및 지역평가 결과 중량감 있는 주자가 나설 경우 역전이 가능한 지역구를 의미합니다. 이는 사실상 '험지'에 해당합니다.
당내에서는 전날 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 출마를 선언한 김태호 전 경남지사나, 경남 밀양·의령·함안·창녕 혹은 대구 출마를 염두에 둔 홍준표 전 대표 등이 '험지 출마'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러나 거론된 당사자들은 반발했습니다.
홍준표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입당한 이래 24년간 글래디에이터(검투사) 노릇만 해 왔다"며 "마지막 출마지는 차기 대선을 기준으로 정권교체에 도움이 되는 곳으로 정하고자 한다", "당에 그다지 공헌한 바도 없이 양지만 좇던 사람들이 숨어서 더는 왈가왈부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김태호 전 지사 측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그간 당이 바라는 대로 출마를 해왔고, 20대 총선도 일찌감치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다"며 "그간의 이러한 모습이 고려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습니다.
김병준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전략 지역 출마 대상으로 거론됩니다. 그는 앞서 당의 요청에 따라 수도권 등 험지에서 출마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총선기획단 총괄팀장인 이진복 의원은 황교안 대표의 험지 출마 여부에 대해선 "지도자가 판단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어디에 나가라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당내에선 "황 대표가 먼저 험지 출마 여부를 밝혀야 하는 게 아니냐"는 반발이 나왔습니다.
이날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는 21대 총선 예비후보자 등록 기자회견문을 통해 "당선 가능성이 높은 고향 창원이 아닌 수도권 험지 의왕시·과천시에 출마해 수도권을 공략하고 승리를 거둬 나라를 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그가 15·16·17·18대 총선에서 의왕시·과천시에 나와 내리 4선을 한 점에서 이를 험지 출마라 보긴 어렵다는 평가입니다.
한편, 한국당 공천관리위원장 추천위원회는 오늘(18일) 첫 회의를 엽니다. 위원회는 지난 5일∼15일 국민 공모로 받은 6천100여건의 공관위원장 추천을 2∼3명으로 압축해 황 대표에게 넘길 예정입니다.
중복 인물을 제외하면 실질적인 후보군은 300여명입니다.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박관용 전 국회의장,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장기표 새정치연대 대표 등의 이름이 오르내립니다.
불출마를 선언한 김세연·김영우 의원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