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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수로 웃고 `보니하니`로 운 EBS, 잊지 않아야 할 정체성[MK초점]
입력 2019-12-14 16:36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롤러코스터도 이런 롤러코스터가 없다. 올해 핫 키워드로 떠오른 '펭수'로 제대로 웃은 EBS가 예상치 못한 '보니하니' 논란으로 침울한 연말을 맞았다.
EBS는 현재 어린이 프로그램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 일부 출연자들의 미성년자 MC를 상대로 한 폭행 연상행위 및 성희롱 논란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논란은 지난 10일 진행된 EBS '생방송 톡!톡! 보니하니'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서 발생했다. 방송을 마친 뒤 '보니하니'의 '당당맨'으로 불리는 최영수가 '보니하니' MC 채연이 자신의 팔을 붙잡자 거칠게 뿌리친 뒤 때리는 듯한 액션을 취하는 장면이 포착된 것.
이에 대해 '보니하니' 측은 "많은 분들이 걱정하시는 출연자 간에 폭력은 발생하지 않았다. 매일 생방송을 진행하며 출연자들끼리 허물없이 지내다보니 어제는 심한 장난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위협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었고 이는 분명한 잘못"이라며 "좀 더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점 깊이 사과드린다. 제작진과 출연자 모두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주의하겠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최영수의 폭행 논란이 사그라들기 전 또 다른 출연자 박동근이 미성년자인 채연에게 '독한 X'이라는 표현이 들어간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이 뒤늦게 포착되면서 누리꾼의 공분은 이어졌다.
이에 EBS는 두 사람을 당일 생방송에 출연시키지 않았으며 즉각적인 하차 조치를 내렸다. 향후 EBS는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파악하고 제작 시스템을 정비하는 등 제작 전 과정에 걸쳐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EBS 측은 사태의 심각성을 엄중히 받아들이고 책임을 통감한다”라며 모든 프로그램 출연자 선정 과정에 대한 전면 재검토, 프로그램 관계자 징계, 제작 시스템 정비 등을 통해 향후 유사 사항이 재발하지 않도록 제작 전반을 엄중히 점검,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논란 이후 '보니하니'는 오는 29일까지 방송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연일 공식입장을 내놓고 사과의 뜻을 밝혀 온 EBS는 급기야 김명중 사장의 대국민 사과까지 내놨다. 김 사장은 13일 오후 EBS 뉴스를 통해 EBS를 믿고 사랑해주신 시청자 여러분께 큰 실망을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상처를 받았을 피해자와 가족분들께도 진심으로 사과를 드립니다”고 공식 사과했다.
EBS는 올해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의 주인공인 EBS 연습생 펭수 캐릭터로 뜨거운 한 해를 보냈다. 도발적이되 재치있는 입담에 아이돌 댄스까지 가능한 펭수가 '2030 뽀로로'로 불리며 세대를 뛰어넘은 국민스타로 떠오르면서 이를 탄생시킨 자사 기획력이 높이 평가된 것은 물론, 다이어리 등 각종 굿즈와 이모티콘 등 부가가치까지 창출해내며 함박웃음을 지어왔다.
하지만 EBS의 또 다른 대표 프로그램으로 아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아온 '보니하니'에서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희롱 등 충격적인 행위가 버젓이 자행되고 있었던 점에서 시청자에 큰 실망을 안겼다. 또 이에 대한 해명 과정에서 교육방송이라는 채널명이 무색한 안일한 대응으로 누리꾼을 더 자극한 점이 없지 않다.
이번 사건은 '보니하니' 본 방송이 아닌, 카메라 밖 농담과 장난을 가장한 '폭력'이 유튜브 라이브 장면에서 비롯된 논란이다. '보니하니' 측은 논란 직후 유튜브 라이브를 닫았지만, 펭수라는 스타를 탄생시킨 EBS의 실험적이고 선도적인 유튜브 행보는 여전히 높이 평가할 만 하다.
다만 이번 사건은 논란 당사자뿐 아니라 EBS의 모든 출연진에게, 터무니없이 나이브한 태도와 부적절한 성 의식에 대한 재고 나아가 '교육방송 프로그램'이라는 정체성에 대한 의식 등이 절실함을 보여준 사례로 기억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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