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로 특허·영업비밀 침해 소송 현실화"
입력 2019-12-13 18:33 
박원주 특허청장이 13일 한국공학한림원 주최로 열린 `제2회 지식재산 전략협의회`에서 향후 지적재산권 침해 소송 제도 개선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특허청]

"한국에서는 특허, 영업비밀 등 지식재산을 침해하더라도 피침해자(피해자)가 침해 사실이나 손해액을 입증하기가 어려워 손해 배상을 받기 힘든 구조다.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를 통해 특허 침해 소송을 현실화해야 한다."
목성호 특허청 산업재산보호협력국장은 13일 한국공학한림원 주최로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제2회 지식재산 전략협의회'에서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 추진 방향에 대해 발표하면서 이처럼 강조했다. 디스커버리 제도는 지식재산권 침해 소송의 조사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침해자와 피침해자가 증거자료를 상호 교환하도록 하는 제도로 영국, 미국, 독일, 일본 등에서 시행 중이다. 한국 특허청은 특허, 영업비밀에 한해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박원주 특허청장은 "기존 제도 하에서는 특허 침해소송 시 피해자가 증거를 제시하고 입증해야 하는 구조 때문에 국내에선 손해 배상을 받기 매우 어려웠다"며 "한국 기업들이 미국 등 해외로 나가 소송을 벌이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또 증거가 부족하면 입증 책임을 부담하는 피침해자가 패소하므로 입증 책임이 없는 침해자는 형식적으로 자료를 제출하는 등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소송을 지연시키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하지만 디스커버리 제도가 도입되면 침해자가 제출하는 증거자료가 피침해자에게도 공유되기 때문에 침해 사실 입증이 좀 더 수월해질 수 있다. 미국 디스커버리 제도의 경우 당사자 간 질의서와 자료 제출 요구, 진술 녹취, 감정, 자백 요구 등 광범위한 부분을 침해자와 피침해자 간에 공유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벌금형이나 구금형에 처하는 등 가장 구속력이 강해 철저한 증거 조사가 가능하고 분쟁의 조기 해결에 용이하다. 다만 변호사 선임과 자료 분석 등 과정에서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는 한계가 있다.
이에 특허청은 한국 여건에 맞게 적은 비용으로 침해자와 피침해자 간 정보 불균형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목 국장은 "가령 소송 초기 증거 개시 방법의 경우 상호 간 자료 제출 요구 시 제출 범위, 질의서 요구 제도 도입 여부 등 세부적인 도입 방향에 대해서는 전문가 의견 수렴을 거쳐 최종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침해 소송 제도 개선과 함께 손해배상액 규모 역시 선진국 수준으로 선진화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은 평균 손해배상액 규모가 6000만원으로 미국(65억7000만원)의 110분의 1 수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을 고려하더라도 9분의 1에 불과하다. 목 국장은 "특허를 침해하고 얻는 이득이 손실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특허 침해가 난무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허청은 지난 7월부터 특허·영업비밀 침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시행 중이다. 고의적으로 침해한 경우 손해액의 3배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 특허 침해에 대한 손해배상액 기준 금액도 기존의 '특허권자(피침해자)가 특허로 거둔 이익 전액'에서 '침해자가 특허 침해로 거둔 이익 전액'으로 현실화하기로 했다. 특허청은 이 같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향후 상표·디자인까지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지식재산 전략협의회는 권오경 공학한림원 회장(한양대 석학교수)과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 박진수 LG화학 이사회 의장,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이사 등 5명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공동위원장들을 비롯해 이병권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과 정진택 고려대 총장, 동현수 두산 대표·부회장, 전영현 삼성SDI 대표, 홍순국 LG전자 사장 등 학계와 산업계 인사 30여 명이 참석했다.
[송경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