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쿠데타가 확실" 12·12 사태 때 美 인식 담긴 외교문서 첫 공개
입력 2019-12-13 10:56  | 수정 2019-12-13 10:58

미국이 1979년 신군부가 일으킨 12·12 사태를 처음부터 쿠데타로 인식했던 정황이 포함된 외교문서가 12일(현지시간) 공개됐다. 또 당시 한국 정부는 북한의 남침 우려를 들며 미국을 설득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미클럽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 사건이 발생한 10·26과 12·12 40년을 맞아 제임스 퍼슨 미국 존스 홉킨스대 교수와 함께 당시 상황을 기록한 양국의 외교문서 500여쪽을 공개했다. 또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 한국학프로그램과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정책대학원은 이날 워싱턴에서 관련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문서에는 10월 26일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의 박 대통령 시해, 그리고 이어진 전두환 등 신군부의 12·12 군사반란 때 한국 상황을 예의주시하던 미국과 영국 대사관의 움직임이 담겨 있다.
1979년 10월 29일 주한 영국 대사관이 본국에 보낸 전문에 따르면 윌리엄 글라이스틴 당시 미국대사는 영국 대사와 나눈 대화에서 박 전 대통령 서거 소식을 27일 처음 들었을 때 군사 쿠데타가 틀림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군을 포함한 외부 세력과 모의했다는 증거가 없어 29일쯤에는 측근에 의한 일종의 궁정혁명(palace revolution)이 일어난 것으로 파악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12·12 당일 주한 미국대사관이 '한국 쿠데타'라는 제목으로 본국에 보낸 전문을 보면 "우리는 쿠데타라고 부르지 않도록 신경 쓰지만 군사 쿠데타의 모든 성격을 띠고 있다"며 12·12을 사실상 쿠데타로 규정한 내용이 엿보인다. 또 "권력 통제력은 기무사령부 사령관이자 강경파로 알려진 전두환의 수중에 있다는 것이 명확하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12·12 직후 미측에 '북괴의 무력남침 가능성에 대한 종합 분석'이라는 정부 문건을 전달했다. 북한의 무력 남침을 우려하는 정보 분석 문건을 제시하며 미국을 설득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그중 '북괴의 무력도발 위험성에 관한 첩보'라는 항목에서는 북한의 다양한 남침 시나리오 첩보가 포함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 외무성 동북아과장이 제공한 첩보를 소개한 대목에선 북한이 한반도 주변정세와 12·12를 결정적인 남침 기회로 오판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면서 "금년 말부터 1980년 1월에 걸친 시기가 매우 중요하다"는 분석을 전했다. 또 주일 중국대사관 주재 인민일보 특파원이 제공한 첩보라면서 북한은 10·26으로 유리한 남침 환경이 조성됐다고 보고 남침계획 시기를 1980년 가을에서 앞당기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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