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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약도 녹여버린 류현진, 그가 만든 역사 [2019년 그 사람]
입력 2019-12-13 06:00 
류현진의 2019시즌은 역사적이었다. 사진(美 샌디에이고)= 김재호 특파원
매경닷컴 MK스포츠(美 샌디에이고) 김재호 특파원
2019년 한국 스포츠는 다사다난했다. 영광과 좌절, 환희와 아쉬움, 비상과 추락이 극명하게 갈린 한 해이기도 했다.

2019년 스포츠계에 닥친 여러 사건·사고에는 중심에 섰던 인물들이 있다. 이제 저물어 가는 2019년에 사건·사건의 중심에 섰던 이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2020년에도 영광을 이어가기 위해, 또는 좌절을 딛기 위해, 비상을 위해, 아쉬움을 남기지 않기 위해 각자 살고 있을 것이다. 화제의 인물들을 되돌아보고, 그 후를 조명해봤다. <편집자 주>

"택하면 쥐약, 피하면 독약"
지난해 11월 4일, 본 기자가 쓴 졸고의 제목이다. LA다저스가 퀄리파잉 오퍼를 제시하며 류현진이 진퇴양난에 빠졌음을 주장한 기사였다. 당시 기사의 한 구절을 옮겨봤다.
"류현진이 퀄리파잉 오퍼를 택하면 2020년 33세의 나이에 다시 시장에 나온다. 그가 2019년 사이영상급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않는 이상 연평균 1790만 달러 수준의 계약을 제시하는 팀은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2019년 극심한 부진이나 부상을 경험할 경우 그 가치는 형편없이 깎일 것이다. 위험한 도박이다."
류현진은 마치 이 기사에 대응이라도 하듯, 2019년 사이영상급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그리고 연평균 1790만 달러 이상의 계약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금까지 퀄리파잉 오퍼를 수락하고 이렇게 대박이 난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쥐약이라 생각했는데, 그는 이 쥐약을 녹여버렸다. 영화 신세계에서 "혹시 또 아냐. 이 쥐약이 동앗줄이 될런지"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딱 그대로 됐다.
29경기에 선발 등판, 182 2/3이닝을 던지며 14승 5패 평균자책점 2.32의 성적을 기록했다. 평균자책점과 9이닝당 볼넷(1.2개) 리그 전체 1위, 다승 내셔널리그 6위, 이닝당 출루 허용률(1.01) 내셔널리그 3위, 피안타율(0.234) 15위, 탈삼진(163개) 22위를 기록했다.
개막전 선발로 시작해 생애 첫 올스타에 선정돼 내셔널리그 선발 투수로 나섰고, 사이영상 투표에서 2위, MVP 투표에서 19위에 올랐다. 베이스볼 레퍼런스 기준 5.3의 WAR을 기록하며 팀의 7년 연속 내셔널리그 서부 지구 우승을 이끌었다. 올MLB팀 세컨드팀에도 선정됐다.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몇 차례 등판을 건너뛰기도 했지만, 2013년 이후 처음으로 규정 이닝을 채웠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 그를 괴롭혔던 어깨 부상에 더이상 시달리지 않았다는 것도 고무적이었다.

그중에서도 5월은 제일 찬란했다.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0.59(45 2/3이닝 3자책) 3볼넷 36탈삼진을 기록하며 이달의 투수에 선정됐다. 5월 8일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와 홈경기에서 완봉승을 기록했고, 13일 워싱턴 내셔널스와 홈경기에서는 8회 1아웃까지 볼넷 1개만 허용하며 기록에 도전했다.
어려운 시기도 있었다. 8월 18일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와 원정경기를 시작으로 4경기에서 평균자책점 9.95(19이닝 21자책)로 흔들렸다. 이걸로 다 잡은 사이영상을 놓쳤지만, 이후 정규시즌 마지막 3경기에서 21이닝 3자책으로 선전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특히 9월 15일 뉴욕 메츠와의 원정경기에서는 제이콥 디그롬과 7회까지 팽팽한 투수전을 벌이며 에이스의 자격을 증명했다.
이제 그는 시장의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스티븐 스트라스버그(워싱턴, 7년 2억 4500만 달러), 게릿 콜(양키스, 9년 3억 2400만 달러)의 몸값이 폭등하면서 류현진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greatnemo@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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