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대형주만 잘나가는 증시…가치주펀드 1.2조 썰물
입력 2019-12-11 18:01  | 수정 2019-12-11 19:56
기업가치 대비 저평가돼 있는 주식에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가치주 펀드가 수익률 부진으로 최근 설정액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가치주 펀드 총 101개의 설정액은 6조8887억원으로 연초 이후 1조2000억원 넘게 빠져나갔다. 올 들어 전체 설정액이 15% 이상 감소한 셈이다. 최근 3년으로 범위를 넓히면 설정액이 5조6000억원 줄어들어 거의 반 토막이 났다. 이처럼 가치투자 테마 펀드의 설정액이 줄어드는 것은 최근 가치주 펀드의 수익률 부진 때문이다. 가치주 펀드의 연초 대비 수익률은 -2.21%를 기록 중이며 3년 수익률은 -2.67%, 5년 수익률은 -2.1%로 장기 수익률 역시 부진을 면치 못했다. 올 들어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만 44개로 전체 절반에 달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네이버, 카카오 등 소프트웨어 기반 대형주나 반도체 중심으로 장이 움직이면서 가치주들이 소외된 측면이 있다"고 수익률 부진의 배경을 설명했다. 미·중 무역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확실히 성장이 기대되는 일부 대형주로 쏠리면서 실적이 탄탄한 중소형주의 가치가 제대로 주가에 반영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또 정부의 경제정책 등 국내 이슈도 영향을 미쳤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저평가 된 유통 업종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 등 여파로 기업 비용이 증가하면서 기업가치를 인정받기가 더 어렵게 됐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가치주의 부진이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환경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여전히 성장성이 확실한 일부 대형주에 쏠릴 가능성이 높은 만큼, 개별 종목 주가가 기업가치 대비 낮다고 주목받을 상황이 아니다"면서 "뚜렷한 성장 모멘텀이 나타나지 않으면 전반적인 반등은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가치주 펀드의 테마는 유지하되 배당주 비중을 늘리는 등 운용전략 개선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가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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