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달봉`·`전주 얼굴없는 천사`…불경기에도 이어진 익명 기부 행렬
입력 2019-12-11 16:15 
지난 2017년 12월 전북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가 노송동 주민센터 옆 기부천사쉼터 공원에 두고간 성금함. `얼굴없는 천사`는 2000년부터 매년 익명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올해 연말에도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이름도 밝히지 않고 거액을 선뜻 건네는 익명 기부자들의 선행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7일 '따뜻한 한반도 사랑의 연탄 나눔 운동(사랑의연탄)'에 가명 '김달봉' 씨가 2017년, 2018년에 이어 올해도 거액의 기부금을 냈다.
이 사연은 사랑의 연탄 이동섭 상임이사가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을 통해 알려졌다. 이 글에 따르면 김달봉 씨 기부금은 서울 성북구 정릉과 강남구 구룡 마을 등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 지역의 고지대 가정에 연탄을 조달하는 데 사용됐다.
김 씨의 연탄 기부는 지난 2017년 12월 시작됐다.

한 재외교포가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며 대리인을 통해 현금 5000만원을 사랑의 연탄 사무실로 전달했다. 이 상임이사는 "연탄 나눔 운동 시작 이래 개인이 이렇게 많이 기부한 건 처음"이라고 밝혔다. 이 교포는 작년에도 전화로 현금 1억원을 후원하고 싶다며 어려운 이웃에 연탄을 지원해달라고 말했다. 이 상임이사는 "당신이 있어 많은 사람이 희망을 갖고 산다"며 "진정 고맙다"고 거듭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연말마다 이렇게 익명으로 이웃을 돕는 사람들은 전국 곳곳에서 나타난다.
전북 전주에선 2018년을 기준으로 19년째 기부를 이어온 '얼굴 없는 천사'가 유명하다. 이제껏 내놓은 성금만 6억원이 넘는다.
그의 기부는 2000년 4월 시작됐다. 당시 노송동 주민센터 직원이 '센터 근처 나무에 가보라'는 내용의 전화를 받고 갔더니 A4 용지 박스에 돼지 저금통이 놓여 있었다. 이후 이 기부가는 매년 연말 수천만원에서 1억원을 주민센터 주변에 놓고 사라졌다.
전주시는 그가 보낸 성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지역 독거노인과 소년소녀 가장 등 소외계층을 위해 사용했다. 이제까지 4900여 세대가 이 성금으로 연탄, 쌀 등을 지원 받았으며 노송동 내 저소득가정 학생 10명에게 장학금도 수여됐다. 시는 그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마을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올해 11월 전주시 노송동 천사길에 기부 사연을 담은 담장벽화를 조성하기도 했다.
자신의 생활이 어려워도 더 힘든 이웃들을 위해 써 달라며 수년간 모은 기부금을 내놓는 사람들도 있다.
지난 9일 울산 중구 병영1동에선 70대 기초생활 보장 수급자 A 씨가 '지역의 더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써 달라'며 300만원을 전했다. A 씨는 참전유공자로 왼 손목이 절단돼 참전 수당과 장애인 연금, 기초생활수급 등을 지원받아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병영1동 측은 A 씨에게 받은 300만원을 울산 사회 복지공동 모금회를 통해 의료지원이 필요한 지역 내 독거노인과 학생 등 6가구에 지원할 계획이다.
경기침체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이웃을 돕고자 하는 나눔 문화는 계속되고 있다.
전라북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관계자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기부를 하는 익명의 기부자들 덕분에 삭막해지는 사회에서도 아직 살 만하다고 느끼는 것 같다"며 "기부 성금은 생활이 어려운 가정의 월동 난방비나 생계비, 지역아동센터 등에 쓰이고 있으니 시민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디지털뉴스국 장수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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