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김주하의 12월 9일 뉴스초점-아이돌보미 구인구직 헛바퀴
입력 2019-12-09 20:09  | 수정 2019-12-09 21:13
'3살에 신청하면 4살에 만난다.'

정부의 '아이 돌봄 서비스'를 신청한 엄마 아빠들의 하소연입니다. 이 서비스가 필요한 부모가 많아서 신청하면 그만큼 오래 기다려야 한다는 얘기죠. 하지만 아이 돌보미들은 정반대의 말을 하고 있습니다. 일거리가 없어서 일을 못한다고요. 왜 이런 걸까요.

2007년 시작한 아이돌보미 서비스는 신청이 들어오면 그때그때 그 지역 센터에서 돌보미와 가정을 연결해 줍니다. 그러려면 도우미가 필요한 사람과, 일을 하려는 사람을 잘 연결을 해주는 '시스템'이 반드시 필요하죠.

그런데 13년이 지난 지금도 구인·구직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는 '통합 시스템' 같은 건 없습니다. 수요를 정확히 예측해야 공급 계획도 나오는 건데, 이걸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으니 한쪽은 일거리를 못 찾아서, 한쪽은 일할 사람을 못 찾아서 애를 먹는 거죠.

아주 가까운 거리임에도 가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돌보미와 가정 연결은 지자체 안에서만 가능하거든요. 바로 옆 동네라도 행정구역이 다르면 연결이 어려운 겁니다. 이런 걸 비효율적 운영이라고 하죠.

여가부도 이런 점을 감안해 올해 안에는 실시간으로 신청과 대기를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했었습니다만, 올해는 이제 한 달도 안 남았죠. 대신 예산을 더 투입해서 아이돌보미 수를 내년에 3만 4천 명으로 늘린다고 합니다. 수요가 많으니 공급을 늘리는 건 맞죠. 하지만 정부가 이미 양성한 돌보미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숫자만 늘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어린아이들을 키우면서 일까지 할 수 있는 이유는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에서 채용하고, 훈련시킨 사람을 보내준다고 하니까 내 아이를 믿고 맡길 수 있는 거죠. 단순히 종이 위에 있는 행정이 아닌 진짜 혜택을 받는, 모두가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절실한데, 그분들은 이걸 아는지 모르겠습니다.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