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감산효과` 본 원유ETF…추가상승은 글쎄
입력 2019-12-09 17:36  | 수정 2019-12-09 18:45
주요 산유국들이 원유 감산 규모를 늘리는 데 합의하면서 국제유가가 뛰자 관련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상품(ETP) 수익률도 상승 흐름을 타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상승세의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이 많다. 감산 자체는 유가 상승 요인이지만, 감산 기한이 연장되지 않았고 러시아 초경질유가 합의 대상에서 배제됐다는 점에서 감산 효과가 장기적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TIGER원유선물Enhanced 상장지수펀드(ETF)는 전 거래일 대비 1.11% 상승한 4110원에 장을 마감했다. KODEX WTI원유선물 ETF도 1.17% 오른 2만36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날 신한레버리지WTI원유선물 ETN과 삼성레버리지WTI원유선물 ETN, 미래에셋레버리지원유선물혼합 ETN은 모두 1~2%대 상승세를 나타냈다.
원유가격 추가 상승을 강하게 점치는 투자자라면 지수를 정방향으로 추종하는 상품에, 추가 하락을 예상하는 투자자라면 TIGER원유선물인버스 ETF, KODEX WTI원유선물인버스 ETF 등 인버스 상품에 돈을 실으면 된다.
이날 원유 선물 지수를 정방향으로 추종하는 ETP 가격이 상승한 것은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글로벌 원유업계 큰손들이 감산 확대에 합의한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OPEC+는 지난 5일부터 이틀간 개최된 정례회의에서 원유 감산 규모를 120만배럴에서 170만배럴로 확대하는 안에 합의했다. 'OPEC+'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까지 포괄하는 주요 산유국 연합체다. 감산 이행 기간은 내년 1월부터 3월까지로 기존과 같다. 이번 합의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상장을 앞두고 유가 띄우기에 나선 사우디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원유 시장은 상승했지만 감산 합의가 얼마나 오랜 기간 유가를 떠받칠 수 있을지에 대해 전문가들은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먼저 이번 회의에서 감산 기한 연장 실패에 실패해 두 달 남짓의 시한부 효과에 그친다는 점이 이유로 꼽힌다. 황현수 신영증권 연구원은 "OPEC+의 감산폭 확대는 긍정적이지만 감산 이행 기간을 유지한 것은 시장 기대에 부합하지 못했다"며 "원유가 공급과잉인 상황에서 글로벌 원유 수요 증가세도 둔화하고 있어 감산량 확대를 통한 부양책은 유가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산 초경질유가 감산 대상에서 제외된 것도 감산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광래 삼성선물 연구원은 "러시아는 76만배럴에 달하는 초경질유에 대해 감산량 집계를 면제받았기 때문에 이번 추가 감산분을 감안해도 원유 생산에서 70만배럴의 추가 증산 면죄부를 받은 것과 다름없다"며 "두 달에 불과한 이번 추가 감산은 러시아 집계 면제로 오히려 감산 축소에 가까운 조치"라고 말했다.
[홍혜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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