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이슈진단] 내년 증시 `트럼프 변수`에 주목
입력 2019-12-09 17:20 
2020년 주식시장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거는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주식시장 전반이 오를 여지가 있다는 믿음이 만연해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로 미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는 2017년 초 -3.17%에서 현재 -4.73%에 이르렀다. 이는 과거 미국이 이름난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기록했던 재정적자 수준에 육박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동안 특별한 경제위기가 없었음에도 재정적자 확대를 통해 경기를 더 끌어올리려 했다. 여기서 밀턴 프리드먼이 남긴 "어떤 문제에 대한 정책적 해결 방안은 대부분 문제를 악화시킬 뿐"이란 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경제에서 물가가 오르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최근 미국 근원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기준으로 2.3%까지 상승했다. 이는 올해 3월부터 오르기 시작해 어느덧 현재 미국 경제성장률인 2.1%보다 높아졌다. 미국의 각종 경제정책이 물가를 자극하는 데 더 쓰이고 있다는 신호가 나타나는 것이다. 물가가 오르면 거래 비용이 커져 거래 횟수가 줄어든다. 경기가 압박을 받는다는 말이다. 펀더멘털이 취약해지면 주식시장이 하락 압력을 받게 되는 것은 물론이다. 사실 3년 전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될 때도 이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행하려는 정책 대부분이 물가 상승을 자극할 여지가 크며, 이에 따라 주식시장이 하락할 것이라는 의견이 중론이었다. 임기 후반이 돼서야 비로소 현실화하고 있다.
그 여파로 미국 경제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이 먼저 흔들리고 있다. 미국의 제조업 관련 투자가 감소하고 있다. 직전에 발표된 미국 내구재 신규 수주는 전년 동월 기준으로 -0.63%를 기록했다. 올해 7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섰으며, 이제는 하락 폭을 확대하고 있다. 경제에서 제조업 관련 투자의 증감이 중요한 이유는 고용 유발 효과에 있다.

만약, 생산시설이 후퇴하면 이보다 몇 배나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잃게 되는 것이다. 지금 미국 제조업 관련 투자가 감소하는 것을 감안하면 향후 '제조업 고용 둔화→민간 전체 고용 둔화→소비 부진'이라는 과정이 나타날 수 있다. 소비 부진은 미국 혁신 산업 수요를 위축시켜 경제 전반을 흔들 수 있다. 경제의 연결고리 가운데 가장 약한 부분이 궁극적으로 가장 강한 부분까지 훼손하는 것이다.
기대감이 충만한 시기에는 오히려 위험 요소를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 금융시장 역사가 주는 교훈이다. 미국 경제정책이 왜곡된 방향으로 흘러가는 모습이 보이는데도 이를 기대하는 것은 과연 타당한가. 지금은 주식시장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시기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주식전략파트장][ⓒ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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