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선거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 11일 이후 임시국회로
입력 2019-12-09 16:56 
[사진 = 연합뉴스]

여야가 국회 정상화에 합의했지만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을 둘러싼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일단 11일 이후 열릴 12월 임시국회로 공이 넘어가면서 협상 시간은 벌었다. 하지만 공직선거법 개정안,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등을 놓고 입장차가 여전히 커 난항이 예상된다.
9일 이인영 더불어민주당·심재철 자유한국당·오신환 바른미래당 등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는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의장실에서 회동을 갖고 10일 본회의를 열어 내년도 예산안과 '민식이법' '데이터 3법' 등 민생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됐던 본회의는 취소했다. 한국당이 본회의 안건 199개에 대해 신청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는 철회하고, 민주당은 패스트트랙 법안을 이번 정기국회에 내에 상정하지 않기로 하면서 극적인 합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여전히 정국은 안갯속에 빠져 있다.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한 근본적인 합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여야 4+1(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 협의체 내에서도 이견을 완전히 조율하지 못한 선거법이 가장 큰 난관이다. 한국당의 복귀로 협상은 더욱 어렵게 됐다. 4+1 차원의 단일안이 가시화하고 있었던 공수처도 한국당의 등장으로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이날 4+1 협의체는 패스트트랙 법안 실무단 회동을 갖고 선거법 개정안을 논의했지만 단일안 도출에 실패했다. 패스트트랙 원안의 '지역구 225석, 비례대표 75석'을 '지역구 250석, 비례대표 50석'으로 조정하는 것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하지만 연동률 50%를 비례대표 50석 전체에 적용할지 절반인 25석에만 적용할지, 석패율제를 권역별로 적용할지 전국 단위로 통합할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선거법 실무단 소속 윤호중 민주당 사무총장은 "어제보다는 진전이 됐다"면서도 "합의가 안 됐다. 이견이 남았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비례대표 50석 중 절반에 '캡'을 씌워 25석에만 50% 연동률을 적용하고 나머지 25석은 현행 선거법대로 배분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나머지 정당들은 반대한다. 석패율제는 민주당이 원안대로 권역별 적용을 주장하는 반면, 군소 야당들은 전국 단위 적용을 주장하고 있다. 상호 합의 의지는 강하지만 여전히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는 상황이다.
여기에 신임 심재철 한국당 원내대표가 경선 과정에서 거론했던 '원안의 50% 연동률을 20%까지 낮추는 방안'을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 그는 이날 원내대표 정견발표에서 "우리는 소수다. 민주당이 다수의 힘으로 밀어붙이는 현실 앞에서는 협상을 외면할 수 만은 없다"면서 "투쟁하되 협상을 하게 되면 이기는 협상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선거법과 관련해 "민주당이 수정안을 제시하면 살펴본 후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경우 선거법 개정안 논의는 전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된다.
다만 한국당 내부 기류가 엇갈려 협상으로 기조를 굳힐지는 확실치 않다. 한국당 한 재선 의원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나 수사권·기소권을 갖는 공수처를 받는 협상은 절대 안 된다는 게 다수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심 원내대표가 연동률을 원안의 50%에서 20%로 낮추는 선거법 개정안이라면 협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한 것을 두고도 "이걸로는 의원들을 설득할 수 없다. (원내대표가) 덜컥 합의하면 엄청난 혼란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한국당 한 4선 의원은 "당내에서 점점 양보할 수 있는 건 양보하자는 이야기도 나온다"며 "신임 원내대표도 협상을 통해 조금은 국면 전환을 해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4+1 협의체 내부에선 파열음이 감지된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패스트트랙법 통과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한국당의 목적은 오로지 개혁을 좌초시키는 데 있었다"며 "약속대로 패스트트랙 법안과 민생법안, 예산안 처리를 원칙대로 해야 한다"고 민주당에 촉구했다. 정동영 평화당 대표 역시 오전 최고위원회에서 "막판에 한국당·민주당의 야합 가능성이 떠올랐다. 정부·여당이 한국당과 '짬짜미'를 시도한다면 파국이자 몰락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상경 기자 / 이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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