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VIEW POINT] 타다와 대통령의 거부권
입력 2019-12-09 15:38  | 수정 2019-12-09 16:18
[사진 = 연합뉴스]

2013년 1월 15일. 대통령이 세종시에서 주재한 첫 국무회의에서다. 회의가 끝날 무렵 김황식 당시 국무총리가 당초 안건에 없던 '택시법(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법 개정안)' 얘기를 조심스럽게 꺼냈다. 당시 새해 첫날 새벽, 87%의 압도적 찬성률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그 법안이었다. 김 총리는 주무부처 장관들 의견을 한번 들어보자고 대통령에게 요청했다. "어떻게 택시가 대중교통이냐"면서 워낙 논란이 많았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장관들 반대의견이 쏟아졌다. 국토부장관은 "해외에도 이런 사례는 없다. 여객선·전세버스 등 기타 교통수단과의 형평성 문제도 있다"고 말했고, 법제처장은 "대중교통의 정의가 다른 법안과 혼돈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행정안전부장관은 "택시를 지원해 주는 곳은 지자체다. 지자체 부담이 상당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국무위원들 결정을 존중할 생각을 갖고 있다. 총리가 중심이 돼 충분한 의견을 제시해 달라"며 "지자체 의견도 공식적으로 받아보라"고 지시했다.
1주일 뒤에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은 취임후 첫 거부권을 행사했다. 그는 "다른 나라에서도 전례가 없는 일을 할 순 없다. 다음 정부를 위해서라도 바른 길을 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당시 택시법은 기존 대중교통 범위에 택시를 추가해 재정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하자는 내용이었다. 택시업계로써는 2조원에 육박하는 정부지원이 달린 법안이다. 이미 18대 국회때도 상정됐지만 반대가 많아 묻었던 법안이다. 2012년 19대 국회가 시작되고, 대선을 앞둔 여야가 대선공약으로 추진하면서 살아났다. 당시 택시업계 종사자 30만표를 놓치면 안된다는 이유에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합심해서 밀어부쳤다.
정확히 7년전 연말 국회상황을 우리는 또다시 보고 있다. 그때는 대중교통 기준을 바꿔 나랏 돈으로 택시를 직접 지원하자는 '택시법'이고 , 이번에는 새로운 경쟁자를 막자는 '타다금지법'이다. 둘다 전형적인 득표를 위한 포퓰리즘 법안이다. 근본해결책보단 손쉬운 연명책에만 급급한 법안이다. 정치권도 똑 같다. 당장 내년 4월 총선 당선이 최대 목표인 국회의원들에게 4차산업혁명이나 국민편익이라는 말이 귀에 들어올리 만무하다.
이제 남은 것은 하나뿐이다. 7년전 국무회의때처럼 주무부처 장관들이 국가미래를 위한 충언을 허심탄회하게 개진하고, 대통령은 설령 국회를 통과한 법이더라도 옳지않다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국무위원과 대통령의 선택을 국민들이 주목하는 이유다.
[정치부 = 송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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