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한국당 원내경선 '비황(非黃) 반란'…'전투력' 앞세운 심재철 최종낙점
입력 2019-12-09 14:14  | 수정 2019-12-16 15:05


자유한국당 심재철(5선) 의원이 오늘(9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승리한 것을 두고 당내 '비황'(非黃·비황교안) 표심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적지 않습니다.

원내대표·정책위의장 후보로 구성된 '심재철·김재원' 팀은 이날 전체 106표 중 1차에서 39표를 얻으며 1위를 차지했지만 과반 득표를 못해 2차 결선 투표에서 52표를 얻어 각각 27표를 얻은 강석호(3선)·김선동(재선) 후보를 크게 이겼습니다.

결선 투표까지 가는 접전일 펼쳐졌지만, 심재철 조가 1차 투표나 결선 투표에서 줄곧 1위를 놓치지 않은 것입니다.

심 의원은 비박(비박근혜)계에 비황으로 분류됩니다.


이처럼 심 의원이 원내 지휘봉을 거머쥔 것을 놓고 우선 그가 국회부의장 출신 5선 의원으로서 황 대표의 독주 체제를 견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심 의원은 이날 선거 직전 정견발표에서도 "이번 경선 과정에서 이른바 황심(黃心·황교안의 의중)이 언급됐지만, 저는 황심이란 없고, 황심은 '절대 중립'이라고 확신한다"며 "황심을 거론하며 표를 구하는 것은 당을 망치는 행동"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제가 원내대표가 되면 여러 의원의 말씀을 황 대표에게 가감 없이 솔직하게 전달하겠다"며 "당 대표로서 제대로 모시면서도 의견이 다르면 외부에 갈등으로 드러나지 않게 조용히, 소신껏 드릴 말씀은 전해드리겠다"고 강조했습니다.



경선 과정에서 주요 변수로 꼽혔던 '황심'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풀이됩니다.

결국 '황심'과의 선 긋기 전략이 표심을 얻는데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앞서 황 대표는 단식 후 사무총장·전략기획부총장 등 주요 당직 인선에서 초·재선 의원들을 중용하면서 내년 총선을 겨냥한 친정체제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여기에 황 대표를 비롯한 최고위원들이 나경원 전 원내대표의 임기 연장을 불허하며 '나경원 불신임'을 결정하자 '제황(帝黃)적 리더십'이 아니냐는 비판이 고조됐습니다. 의원총회에서 선출된 원내대표의 임기를 좌지우지하는 것 자체가 황 대표의 월권이라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나아가 초·재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중진의원 용퇴론' 등이 빗발치는 상황도 중진 의원들의 '반황'(反黃·반황교안) 표 결집을 유도했다는 해석이 있습니다.

특히 주말 동안 황 대표 핵심 측근으로 분류되는 일부 초·재선 의원들이 다른 의원들에게 전화를 돌려 '김선동·김종석' 팀에 대한 지원사격을 했던 점이 알려지면서 경선 당일 반황 표심을 자극했다는 지적입니다.

아울러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의도 정치 경험이 부족한 황 대표에 주요 당직을 초·재선 의원들이 장악한 상황에서 원내지도부까지 초·재선 의원들이 맡게 되는 데 대한 부담감도 이번 투표에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 영남권 중진 의원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황 대표가 원내지도부까지 초재선 의원들로 바꿔서 공천 때 중진 물갈이를 대대적으로 하겠다는 계획이 실패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의원은 통화에서 "황교안 대표의 '독재체제'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 제동이 걸린 것이라 본다"며 "다만 '심재철·김재원' 원내지도부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원내 전략상 투쟁 일변도로 흐르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와 함께 기존 나경원 원내지도부 체제에서 지적되던 원내전략 부재 및 대여 전투력 부족에 대한 기대심리도 '심재철·김재원' 조에게 표가 쏠린 배경으로 풀이됩니다.

심 의원은 그동안 대여공세에 앞장서 왔으며, 김 의원은 당내 대표적인 전략가로 통한다는 게 당 안팎의 평가입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