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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어→주장선임, 2019년 롤러코스터 탄 이용규 [2019년 그 사람]
입력 2019-12-09 10:56  | 수정 2019-12-09 14:49
이용규의 2019년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롤러코스터에 빗댈 수 있다. 사진=MK스포츠 DB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2019년 한국 스포츠는 다사다난했다. 영광과 좌절, 환희와 아쉬움, 비상과 추락이 극명하게 갈린 한 해이기도 했다.
2019년 스포츠계에 닥친 여러 사건·사고에는 중심에 섰던 인물들이 있다. 이제 저물어 가는 2019년에 사건·사건의 중심에 섰던 이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2020년에도 영광을 이어가기 위해, 또는 좌절을 딛기 위해, 비상을 위해, 아쉬움을 남기지 않기 위해 각자 살고 있을 것이다. 화제의 인물들을 되돌아보고, 그 후를 조명해봤다. <편집자 주>
이용규(34·한화 이글스)는 2019년 롤러코스터를 제대로 탔다. 트레이드를 공개 요구해 무기한 참가 활동 정지 처분을 받으며 한화 구단에서 금지어가 됐지만, 2019년 마지막은 새로운 주장으로 선임돼 2020시즌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지난 시즌 3위로 정규시즌을 마치며 2019시즌에 대한 기대를 높였던 한화는 개막을 앞두고 이용규 파문에 팀 분위기가 가라앉고 말았다.
이용규와 한화의 인연은 2013년말 시작됐다. 첫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는 2013년 4년 계약(총액 67억원)으로 한화 유니폼을 입은 뒤 6년 간 애증의 관계를 형성했다.
이용규는 2004년 덕수정보고를 졸업하고 신인 2차드래프트 2라운드 전체 15순위로 LG트윈스에 지명돼 입단했다. 하지만 1년 만인 2005년 트레이드를 통해 KIA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었고, 2013시즌까지 몸담았다. 이용규는 KIA 시절, 국가대표 리드오프로 성장했다.
FA를 통해 한화로 팀을 옮겨서도 리그 정상급 톱타자 지위는 유지했지만, 흐르는 세월 앞에서 이용규도 위축됐다. FA 재수를 거쳐 지난 1월 두 번째 FA 계약(2+1년 총액 26억원)으로 한화에 잔류했지만, 3월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공개적으로 트레이드를 요청해 파문을 일으켰다. FA로 잔류한 베테랑 선수의 트레이드는 이례적인 일이었다. 해석이 분분했다. 중견수에서 좌익수로, 1번타자에서 9번타자로 입지가 좁아진 이유로 트레이드를 요구했다는 설이 파다했다. 한화는 이용규에 무기한 참가 활동 정지라는 징계를 내렸다. 이용규는 한화에서 ‘금지어가 됐다.

하지만 한화의 팀 분위기는 살아나지 않았다. 소문으로 나돌던 베테랑 선수들과 코칭스태프의 불화만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연히 한용덕 감독의 구상도 엇나갔다.
여론의 뭇매를 맞은 이용규의 선수 생활은 불투명해졌다. 홀로 대전 모처에서 몸을 만들어왔지만,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듯했다.
그러나 이용규는 무기한 참가활동 정지 기간 동안 수차례 구단을 찾아와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였다. 동료들을 찾아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 결국 한화 구단이 대승적인 결정을 내렸다. 8월31일 징계를 해제했다. 다만 올 시즌 경기에 나서진 못했다. 2019시즌 공식 기록은 1·2군 통틀어 0경기다.
복귀한 이용규는 서산 마무리캠프에서 솔선수범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어린 후배들 사이에서도 진지하게 훈련에 임했다. 이용규의 진정성은 통했다. 이용규는 선수단 투표를 통해 2020시즌 주장으로 선임됐다. 지난 2017년 김성근 전 감독 시절 주장을 맡은 지 3년만이다. 주장은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그리고 구단과의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 이용규는 지난해 추락한 선수단 분위기를 끌어 올려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지게 됐다. 어찌 보면, 결자해지(結者解之)다. 경솔한 행동 때문에 한화 구단은 물론 자신의 선수 생활까지 위태로워졌다. 2019년 끝자락에 이용규는 만회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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