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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 지드래곤’ 김지용 “LG는 첫사랑…다시 경쟁한다” [곧 만나요]
입력 2019-12-09 05:44  | 수정 2019-12-09 14:46
LG 김지용은 토미존 수술 이후 이천 챔피언스파크에서 재활에 매진했다. 이제 잠실구장 실내연습장에서 공을 던지며, 2020시즌 복귀를 준비 중이다. 사진=LG트윈스 제공
매경닷컴 MK스포츠 안준철 기자
12월 3일 오전 서울 잠실구장에는 눈이 내렸다. LG트윈스 우완투수 김지용(31)은 실내연습장에서 묵묵히 공을 던졌다. 팔꿈치 부상을 당하기 전과 마찬가지로, 공과 표정에는 힘이 넘쳤다.
2020시즌, 잠실구장에선 다시 지드래곤의 ‘크레용이 울려 퍼진다. 지드래곤은 김지용의 별명이다. 지드래곤의 본명이 김지용과 같은 권지용이라서 붙은 별명이지만, 무대와 마운드에서의 저돌적인 느낌도 닮아있다. 김지용은 사실 그 별명은 내가 노린 것이다. 2015년 첫 1군 풀타임 시절, 크레용을 등장곡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응원단에서 등장곡을 물어봐서 망설이지 않았다”며 껄껄 웃었다.
그렇게 잠실 지드래곤으로 LG팬들에게 각인돼 있는 김지용은 복귀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일본 요코하마 미나미 공제병원에서 팔꿈치 인대재건수술(토미존서저리)을 받은 지도 1년이훌쩍 지났다. 짧지 않은 재활기간, 김지용은 자기와의 싸움을 이어왔다.
토미존수술은 야구인생 두 번째다. 처음은 2007년 강릉영동대 1학년 때였다. 김지용은 사실 체계적인 재활은 프로에서가 처음이었다. 그 때는 수술을 받고 2~3개월 재활을 하다가 마운드에 올라갔다. 아프다, 안아프다 하면서 던졌다”며 재활기간이 1년이 넘어갔지만, 힘들진 않았다. 스스로 재충전의 시기, 전환점이라고 생각하면서 버텼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프로 입단 전 우여곡절이 많았던 김지용이다. 고교(중앙고) 졸업 후, 진학하기로 한 대학을 포기하고 1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며 야구공을 놓기도 했다. 강릉영동대가 창단하면서 다시 공을 잡은 김지용은 2010년 신인드래프트 9라운드 전체 65순위로 LG에 지명되면서, 꿈이었던 프로 유니폼을 입는데 성공했다. 이런 경험들이 긴 재활기간들을 묵묵히 버티게 한 힘이 됐다. 김지용은 나는 잘 하는 선수가 아니었고, 프로 유니폼만 입고 싶었다. 그 때의 경험들이 재활기간을 버티게 했다”며 물론 힘든 시간도 있었다. 원래는 9월 복귀가 목표였는데, 8월 공을 던지다가 팔꿈치에 통증을 느꼈다. 결국 천천히 생각하기로 했다. 오히려 쉬고 나서 던지니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물론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도 있었다. 김지용은 올 초에는 경기 보는 게 너무 힘들었다(웃음). 여름에는 몸이 지쳤다. 그때 ‘1주일 동안 나 하고 싶은 것만 하겠다고 말했다. 트레이너께서 받아주셨다. 그렇게 잘 넘어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상 이전으로 돌아오는 중이다. 보는 사람마다 투구폼과 힘이 그대로라고 한다. 친한 후배 임찬규(27)도 형은 어떻게 부상 이전과 똑같냐”고 말했다. 김지용은 지금 생각해보면 타고난 체격 크지도 않고, 내 체질이 약한 것 같은데 과하게 쓰니까 다친 것 같다. 그래도 지금은 그대로 다시 돌아왔다. 이제 아프지 않다”고 말했다.

LG는 내년 시즌 필승조에 변동이 있을 전망이다. 정우영(20)-고우석(21)으로 이어지는 셋업맨-마무리는 정우영이 선발투수로 도전장을 내밀면서 변화가 불가피하다. 이는 부상 이전 셋업맨으로 활약했던 김지용의 복귀와 맞물려있다. 김지용도 셋업맨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아무래도 몇 년 동안 내가 했던 자리다. 사실 8회에 나가는 게 쉽지는 않다. 그래도 힘든 만큼 얻는 게 많았다. 몇 년 동안 해봤던 것도 다시 도전하고 싶은 이유다”라고 설명했다.
물론 김지용이 셋업맨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김지용은 아직도 마음은 1군엔트리가 목표다. 보직은 상관없다. 잘 던지면 필승조이고, 못던지면 추격조를 하면 된다. 1군엔트리에만 있고 싶다는 생각으로 야구하고 싶다”면서도 물론 (셋업맨 자리를 두고) 경쟁을 해야 한다. 힘들겠지만, 그래도 경쟁에서 이기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팬들의 기대에 부담을 갖기보다는 감사하다. 아직도 날 생각해주시는 분들이 많구나라는 생각과 함께 다시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진다. 다시 자리잡고 싶다”는 각오를 비치기도 했다.
LG는 김지용이 맹활약했던 2016시즌 이후 3년 만에 다시 가을야구 무대에 섰다. 김지용은 후배들이 던지는 걸 보고, 조금 부러운 마음도 있었다”면서 2016년 기억은 이제 잘 나지도 않는다. 그땐 마운드 위에서 타자에만 승부하는데 신경썼다. 원래 마운드에선 긴장을 잘 하지 않고, 타자와 승부에 집중한다. 특히 타자와의 기싸움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다시 가을야구를 하고 싶은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2020시즌을 대비해 새로운 무기도 장착하고 있다. 김지용은 포심 패스트볼, 슬라이더를 주로 던지는 투피치 투수다. 그는 느린 공도 하나 있어야 된다는 생각에 커브를 연습 중이다. 체인지업도 던질 생각”이라며 미소를 지었다.
부상 이전 김지용은 피하지 않고 강하게 승부를 하는, 즉 칠 테면 쳐보라는 식의 승부로 많은 팬들을 사로잡았다. 2020시즌 잠실 마운드에서는 김지용의 저돌적인 피칭을 다시 볼 수 있다. 사진=MK스포츠 DB
힘든 재활을 이겨낼 수 있었던 건 팬들의 응원도 큰 힘이 됐다. 김지용은 마운드에 올라갈 때 많은 팬들이 환호해주시던 장면을 많이 떠올렸다”라며 LG는 내게 첫사랑이다. 예전에는 가족이라고 많이 말했는데, 나를 뽑아준 팀이다. 그만큼 사랑스럽다. 팬들도 많이 응원해주신다. 그것만큼 좋은 것 없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인터뷰를 마칠 무렵, 눈이 그쳤다. 잠실 그라운드를 하얗게 칠했던 눈들도 녹았다. 김지용은 후배 이우찬(27)과 도봉산에 간다”며 운동화 끈을 다시 묶었다. 김지용은 1주일에 한, 두 번, 도봉산에 오른다. 왕복 3시간 정도 걸리는데 지구력을 기르는 데도 좋고,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라고 덤덤히 말했다. 김지용은 그렇게 2020시즌을 기다리고 있었다. jcan1231@maekyung.com[ⓒ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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