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줬다가 뺏는 '무늬만 장학금'...경찰 내사 착수
입력 2019-12-06 15:48  | 수정 2019-12-13 16:05

부산 한 사립대학교 학과에서 교수들이 10년 가까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준 뒤 돌려받아 다른 용도로 사용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상처를 준 '무늬만 장학금'을 두고 해당 학부 측은 명확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아 각종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습니다.

오늘(6일) 부산외국어대학교 등에 따르면 이 학교 일본어 창의융합학부(일본어 학부) 교수들은 2011년부터 16명 학생에게 250만원씩 준 뒤 2만원을 빼고 돌려받아 학부 통장에 보관했습니다.

이 사건과 연루 의혹을 받는 해당 교수들은 모두 말을 아꼈습니다.


일본어학부 A 교수는 "나는 잘 모르는 일이다"며 "선배 교수들부터 관행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들었는데 이유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고 답했습니다.

같은 학부 원로급인 B 교수는 "수사 중인 사안으로 답하지 않겠다"며 "학교에 공식적으로 문의해달라"고 말했습니다.

학교 측은 자체 조사 결과 "반납된 장학금을 학부에서 학생 J.TEST(실용 일본어 검정시험) 응시 비용 지원과 학생 일본 연수 탐방 교통비 등 자체 예산으로 쓴 것으로 파악된다"며 "교수들이 유용하지 않았고 모두 학생들을 위해 쓰인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경찰 수사 후에 징계 수위를 결정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외대 특성상 일본어 학부가 다른 과와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교수들이 돈을 모아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는 것이 대외적으로 좋은 평가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학교에는 장학금을 준다고 서류를 꾸며놓은 뒤 학교 예산으로 쓴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습니다.

학교 측 조사대로라면 교수들이 학부에 대한 외부평가 때문에 실제로 지급하지 않은 장학금을 줬다고 학교를 속인 것입니다.

학생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익명게시판에 학교와 해당 교수들을 비난하는 글을 잇달아 올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교수 해명과 학교 측의 자체 조사에서도 풀리지 않는 의문점은 여전히 있습니다.

학교 내부 진상조사단도 해당 학부와 교수들에게 추가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등 추가 조사도 계획하고 있습니다.

장학금이 반환된 통장에는 현재 5천만원가량이 남아 있고 최대 8천만원까지 잔고가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반환된 장학금이 4천만원가량이기 때문에 또 다른 출처의 돈도 함께 통장에 섞여 보관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학교 측은 "통장에 학생들로부터 돌려받은 돈 외에 기업으로부터 받은 장학금 명목의 학부발전기금도 함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경찰도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입니다.

교수와 학생 등 참고인 조사를 마친 경찰은 조사된 내용을 바탕으로 법리적 해석을 이어가고 있으며 실제로 돈이 쓰인 내역을 항목별로 살펴보며 보강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교수들 주장대로 이 돈이 모두 학생들을 위해 사용됐다고 하더라도 관계자들은 처벌이나 징계를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법조계 관계자는 "학부발전기금 관리 주체나 관리 규정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관련 법 적용을 정확하게 할 수 있겠지만 모두가 동의하지 않은 상황에서 기존 목적과 다르게 용도를 돈이 사용했다면 횡령이나 사기죄가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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