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내년에도 공시가 올려…보유세 부담 더 커진다
입력 2019-12-02 17:47  | 수정 2019-12-02 20:20
국토교통부가 곧 발표할 '공시가격 종합대책'에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가격 비율)을 높이는 방안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현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을 25.6%나 급격하게 올린 데 이어 내년에도 인상할 경우 3년 연속 '세금폭탄'으로 경제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특히 올해 근거 없는 자의적인 공시가 인상을 밀어붙이다가 성수동 갤러리아포레 공시가격 '통째 정정' 사태 등 혼란을 야기했던 점을 감안할 때 비판의 목소리가 작지 않을 전망이다.
2일 국토부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이달 중순 발표 예정인 '공시가격 신뢰도 강화 종합대책'에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율 상향 목표와 일정 등 로드맵을 담는 막바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달 중하순께 표준주택 예정 공시가격 의견 청취를 위한 열람을 시작할 예정"이라면서 "열람 시점을 전후해 정부가 마련 중인 공시가격 대책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그동안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점진적으로 높인다는 방향성은 밝혔지만 뚜렷한 목표치는 공개한 적이 없다. 로드맵에는 특히 상대적으로 현실화율이 더 낮은 고가 주택을 타깃으로 현실화율을 높이는 방안이 들어갈 것이 유력하다.
국토부는 공시가격 현실화율 상향 목표치를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에 적시하고, 주택 유형별·가격대별 현실화율을 동일한 수준으로 맞춰 공시가의 형평성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 로드맵 수립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앞으로 관련 연구용역과 공청회 등 공론화 과정을 거친 뒤 내년 하반기께 완성된 로드맵을 내놓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고무줄 공시가'란 비판을 받자 법적 근거를 마련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로드맵에는 현재 평균 70%에 못 미치는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단계적으로 상향하는 방안이 들어갈 전망이다. 올해 기준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공동주택 68.1% △표준 단독주택 53.0% △표준지 64.8%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현실화율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지만, 이미 시세가 가파르게 오른 상황에서 현실화율까지 단번에 높이 끌어올리면 가계 전반의 세부담 증가폭이 커질 수 있는 만큼 현실화율 상향은 수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정부는 일단 내년에는 전반적인 공시가 현실화율을 끌어올리는 것보다 주택 유형별·가격대별·지역별 형평성 강화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형평성이 떨어지는 부분에 대해 상당한 조정을 했지만 여전히 격차가 있는 만큼 내년에도 형평성을 맞추려는 정책 기조는 그대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0월 참여연대가 작년 10월부터 올해 3월까지 거래된 공동주택 23만가구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가격대별로 분류해 발표한 조사자료에 따르면 실거래가가 3억원 이하인 저가 공동주택 현실화율이 평균 69.5%로 실거래가 18억원이 넘는 고가 공동주택 현실화율 65.8%보다 4%포인트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5억원 초과~18억원 이하 구간에서 거래된 공동주택 현실화율이 61.9%로 가장 낮았다. 올해 초 20억원 이상 초고가 아파트의 공시가격을 끌어올리면서 이들보다 다소 낮은 가격대 아파트들의 현실화율 상향이 상대적으로 덜 이뤄진 것이 원인으로 파악된다. 지역별로는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의 현실화율이 지방에 비해 낮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감정원 통계에서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지난해 평균 8.03% 상승에서 올해는 11월 말 기준 평균 0.56%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고가 아파트의 공시가격은 15억~18억원짜리 주택을 중심으로 크게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단독주택 가운데서도 실거래가가 3억원 이하인 주택은 현실화율이 평균 54.7%인 반면 9억원을 초과하는 고가 단독주택은 현실화율이 40% 수준에 불과하다. 따라서 단독주택 현실화율을 공동주택과 마찬가지로 약 70% 수준으로 높이면 대다수 가구가 보유세 세부담 상한선(직전 연도 대비 150%)까지 세금 부담이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최재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