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기고] 70대 노기업인의 아프리카 기행
입력 2019-12-02 15:10 

지난 11월 12일부터 보름 넘게 에티오피안 항공편으로 아디스아바바를 경유해 검은 대륙의 대국인 콩고를 방문했다. 콩고는 인구 8600만명에 땅명적은 한국의 29배나 된다.
광물 자원중 동 생산량 세계 6위, 2차 전지 양극재의 주원료인 코발트 매장량은 세계의 80%를 확보하고 있는 자원부국이다. 이뿐 아니라 금, 다이아몬드, 니켈, 탄타륨과 천연가스 등이 풍부하다.
정치적으로는 26개 지방자치주로 구성돼 상하 양원및 대통령제의 민주 국가이지만 국내외적으로 어수선하기 그지없다. 1960년 벨기에로부터 독립된 이후 60여년간 내전과 광물 자원쟁탈로 인한 주변 국가와의 분쟁과 독제 정치로 인해 국민소득은 1000달러 수준의 빈곤국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UN군 2만6000명이 콩고에 주둔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이 나라도 작년말 최초의 민주선거를 실시하면서 서광이 비추는 듯 하다. 선거를 통해 탄생된 치세케디 대통령에게 거는 국민들의 기대도 점차 커지고 있는 분위기다.

지난 11월 13~15일까지 코발트 및 동 광산 밀집지역인 루아라바주에서 OECD 주관으로 '국제 광산 채굴 컨퍼런스'가 개최 됐다. 회의 주제는 광물질을 채굴할때 기업형 채굴 및 소규모 생계형, 가족 단위 채굴에서 부녀자나 아동을 투입해 인권 문제를 야기시키는 문제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또 기업형의 경우 자금 세탁등의 문제가 많아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협의하고자 전세계의 전문가 200 여명이 참석했다. 참석자의 30%는 광산업 종사자, 30%는 광물자원 무역 종사자였고 나머지 30%는 NGO 관련자로 코발트 등 채굴에 따른 인권문제 해결을 위해 열띤 토론을 했다.
콩고내 코발트 광산 주요 기업 14개중 중국기업이 무려 8개사로 생산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회의에 참석한 중국인도 20여명인데 비해 한국 기업은 한군데도 없어서 너무 아쉬웠다. 코발트는 이온 배터리의 주요 원료로 쓰이는 중요한 광물질이다.
이 나라의 경제발전의 가장 큰 걸림돌중 하나는 전력 사정이었다. 전력 생산은 대부분 수력발전에 의지 하고 있는데 절대적인 시설부족으로 대부분의 지역이 칠흙같은 캄캄한 밤을 지내고 있는 실정이다. 전기가 부족하니 지하수 펌프 같은 것도 생각할 수 없어서 이번 여행중 묵었던 호텔마저도 빗물을 받아두고 사용하는 형편이었다.
콩고를 가로지르는 콩고강은 아프리카의 젓줄로 불릴 정도로 물이 풍부한데도 상수도 공급 체계가 거의 안돼 일반 국민들의 생활은 너무 비참한 실정이었다.
콩고의 인프라시설의 절대적 부족때문에 태양광을 이용한 가로등이나 발전시설이 필요한 지방 자치주의 요청으로 동북부쪽에 위치한 마니애마주와 오뜨, 유엘레 지역을 방문했다. 병상 200개에 의사가 70여명이나 있는 그 지역에서 제일 큰 병원을 저녁에 방문했는데 전기가 들어오지않아 의료 장비 사용은 커녕 병원 내부도 동굴처럼 어두컴컴했다.
병원장은 "낮에 긴급환자가 오더라도 전력난으로 의료장비를 사용할 수 없고 진단조차 제대로 할수 없으니 하루빨리 전력공급이 가능하도록 도와달라"고 간절하게 호소했다.
이런 딱한 사정을 듣고 어떻게 해서라도 이곳 부터 태양광 전력공급을 해야겠다고 생각해 주 정부와 태양광 설비를 조속히 설치하기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번 여행에서 나름 보람을 찾을 수 있게 됐다.
한가지 에피소드를 더 추가하면 주지사의 저녁 초대를 받았는데 관사마저도 전력 공급이 끊겨서 스마트폰 램프를 켜고 이야기를 하다 한참만에 전기가 복구되기도 했다.
아프리카 콩고는 우리 중소, 중견기업이나 대기업에게도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신시장이 될 가능성이 높은 곳이다. 이번 여행에서 특히 인프라시설은 콩고 만의 문제가 아닌 대부분 아프리카 국가의 문제로 우리기업들이 도전할만한 시장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들 국가는 에너지 부분, 자원 개발, 건설, 철도, 도로, 교량 등에서 참여할 부분이 넘쳐 나고 있으며 한국기업의 참여를 간절히 요청 하고 있다.
콩고의 여러지역을 돌아보면서 그나마 고맙게 느낀점은 국제전염병인 에볼라 퇴치를 위해 국가적으로 철저하게 '손씻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항 입국시 부터 각종 화장실, 호텔, 음식점, 관공서 입구등 어느곳이든 '간이 손씻는 시설'이 마련돼 있었다. 철저하게 손싯기를 생활화 해가고 있어서 치세케디 대통령이 "올해말까지 에볼라 문제는 종결 될 수 있을 것이다"고 독일 메르켈수상과 기자회견에서 밝힌 것이 헛구호만은 아니었던 것으로 생각됐다.
보름 넘게 자원 부국인 콩고를 돌아보면서 자연스럽게 세계 10위 경제대국으로 발전한 한국과 콩고를 비교하기도 했다.
자원부국 콩고가 반세기가 지난 오늘날까지 전기와 수돗물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는 낙후한 국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은 무엇보다도 지도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한국은 지난 60년대 경제개발 초기 '100억 달러 수출, 1000 달러 소득과 잘살아보세' 라는 기치아래 전국민이 똘돌 뭉쳐 땀을 흘렸다. 경제발전을 최우선으로 하고 기업인을 우대하고 기를 살려줬던 리더십이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냈다는 생각이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해주는 나라로 도약한 우리나라가 새삼 위대하게 느껴졌다.
대학졸업 후 60년대 후반부터 치열한 경제 현장에 몸담고 있는 노기업인의 한사람으로 아직도 건강한 탓에 힘든 줄도 모르고 아프리카의 오지까지 누비고 있다. 이번 콩고를 여행하면서 모든 것이 열악한 아프리카는 강인한 개척정신을 갖고 있는 대한민국에 또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
■ He is…
이경재 대표는 1965년 한양대학교 기계학과를 졸업하고 LG전자, 삼성항공, 삼성전관, 대우전자부품 등을 거쳐 1987년 삼진앨앤디를 설립했다. 2006년 금탑산업훈장을 받았으며 2011년 중소기업문화대상, 2013년 무역의 날 '칠천만불 수출의 탑' 등을 수상했다. 2009년부터 지금까지 '한미친선 좋은친구협회(KAGNS)'회장을 지내면서 한미간 우호증진에도 힘쓰고 있다.
[삼진엘앤디 대표이사 이경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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