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청와대의 범죄첩보를 이첩받아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측근비리를 수사토록 했다는 '하명수사' 의혹과 관련해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장으로서 수사를 지휘했던 황운하 대전지방경찰청장은 "악의적으로 하명수사 프레임을 씌운 기획된 악성 여론전"이라고 말했다.
29일 황 청장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울산 경찰은 하명수사를 하지 않았다. 청와대에서 경찰청으로 첩보가 넘어왔다는 사실도 어제 오늘 언론 보도를 보고 처음 알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또 "울산 경찰은 수사 규칙에 따라 (첩보) 원본을 검찰에 송치했다. 그것을 검찰이 공개하면 된다"며 "첩보에 질책 내용이 있었느니 하는 내용을 자꾸 흘리지 말고 공개하면 된다"고 했다. 이미 검찰에 이첩한 첩보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진 내용이 왜곡돼 보도된다는 취지로, 검찰을 향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당시 수사 결과와 관련해서도 검찰을 비판했다. 황 청장은 "경찰이 유죄로 판단한 것을 검찰이 무죄로 판단했다는 점에서 감학의 사건과 같은 구조"라며 "검찰은 울산 경찰의 수사를 공격하기 위한 빌미로 삼기 위해 무혐의 처분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경찰이 잘못됐는지 검찰이 잘못됐는지 특검을 해보자"고 했다.
해당 첩보의 이첩과정이 논란에 휩싸이면서 경찰 내부는 어수선한 분위기다. 특히 청와대 등 정치세력의 지시를 받아 수사를 진행했다는 사실이 밝혀질 경우 검·경 수사권 조정에서 비교적 우위를 가져왔던 경찰의 입지가 급격히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경찰청이 검찰로부터 올해만 세번째 압수수색을 당하게 생겼다"며 "하명수사 같은 것은 없었단 결과가 나오겠지만 당장은 경찰 이미지가 안좋아질테니 수사권 조정에 안좋은 영향이 있지 않겠냐"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올해는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진전된 성과를 거둔 한해라고 자평하고 있었는데 연말 인사를 앞두고 갑자기 분위기가 침체됐다"고 했다.
[조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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