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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 회장추천委 전격 가동…조용병 연임 `촉각`
입력 2019-11-27 17:38  | 수정 2019-11-27 19:16
신한금융지주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가 본격적인 후임 회장 선임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회장 선임 일정이 이전에 비해 두 달 정도 앞당겨진 것이다. 회추위는 채용 비리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1심 선고 일정에 구애받지 않고 후임 회장을 결정한다는 복안이다. 금융권에서는 조 회장 연임을 유력하게 거론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입장이 막판 변수로 꼽히고 있다.
신한금융 이사회 산하 회추위는 지난 26일 서울 모처에서 후임 회장 후보 10여 명의 롱리스트 명단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선 향후 숏리스트를 추려낸 뒤 개별 면접을 통해 12월 중순께 최종 후보를 확정하는 방안도 논의됐다.
회추위는 앞서 이달 14~15일 진행된 이사회 이후 관련 논의를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전례에 따라 후보군에는 조 회장은 물론 신한은행·카드·금융투자·생명·자산운용 등 주요 계열사 전·현직 최고경영자(CEO)들도 이름을 올렸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신한금융 측은 회추위 개최와 동시에 향후 일정과 논의 내용을 공개한다는 계획이었지만 회추위는 모든 절차를 독립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만우 회추위원장(고려대 교수) 등 사외이사 7명으로 구성된 위원들은 지주 이사회 사무국과도 구체적인 협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회추위 측은 이날 취재 확인 요청에 "특정 날짜를 밝힐 수 없지만 현재 (회추위가) 진행 중인 것은 맞는다"며 "정해진 기준과 절차에 따라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고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최종 마무리가 되면 전 과정에 대해 투명하고 소상하게 밝히겠다"면서 "이번 과정과 결과에 대한 평가는 회추위가 받는 것"이라고 전했다.
회추위가 내년 1월 중 열릴 것이라는 예상을 뒤집고 두 달 가까이 앞당겨진 것은 조 회장 연임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도 나온다. 조 회장은 재임 기간 중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하고 당기순이익 1위로 리딩뱅크 지위를 탈환하는 등 경영 실적으로는 나무랄 데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2015~2016년 신한은행장 재직 시절의 채용 비리 혐의로 1심 재판을 받고 있는 만큼 유죄 판결 시 CEO의 경영 공백 우려가 변수로 꼽혀왔다. 조 회장에 대한 결심 공판은 다음달 18일, 선고는 내년 1월 중순으로 예상된다. 앞서 1심을 치른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 채용 비리 재판에선 모두 유죄가 선고된 바 있어 신한은행 역시 법률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경영진 형사처벌에 대해 신한금융의 지배구조 내부규범은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집행이 끝난 지 5년이 지나지 않은 사람은 경영진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이사회가 조 회장을 신뢰해 연임을 결정한다면 확정판결 때까지 경영을 지속하는 데는 절차상 문제가 없다"며 "유죄 판결로 경영 공백이 생길 상황에 대한 대책까지 고려해 이사회가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밖에 12월 중하순에 신한금융그룹 계열사 CEO 인사가 결정돼야 하는 점을 고려해 조 회장의 연임 문제를 일찍 정리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을 것이란 해석도 있다. 앞서 한동우 전 회장의 연임을 결정하던 2013년에도 11월에 첫 회의를 열고 12월 11일 연임을 결정한 전례가 있다.
그러나 회추위 측은 일단 회장 후보 선출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강조하는 상황이다. 회추위 관계자는 "1심 선고 일정을 마냥 기다린다면 오히려 특정 후보를 염두에 둔 걸로 비칠 수 있지 않겠느냐"며 "여러 후보군을 충분히 검토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재판받는 CEO의 연임에 대한 우려를 조만간 신한금융 사외이사들에게 전달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지주 CEO가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는다면 최종 확정이 아니더라도 정상적인 경영을 할 수 있다고는 보기 어려운 것 아니냐"며 "금융사의 경영 안정성 측면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독립성을 강조하는 신한금융 회추위 측과 지배구조 안정성을 강조하는 금감원 간 기류 차이가 변수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금감원은 올해 2월 KEB하나은행 임원후보추천위원회가 진행될 때도 최종 회의 이틀 전에 하나은행 이사회를 따로 만나 당시 채용 비리 혐의로 1심 재판을 받던 함영주 하나은행장의 연임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이후 함 전 행장은 행장직을 내려놓고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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