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트로트 강의 늘리고 분갈이 도와주고…백화점들 5060세대 잡아라
입력 2019-11-25 16:10 
현대백화점 문화센터 노래강좌 모습 [사진 제공 = 현대백화점]

최근 현대백화점 미아점 10층 문화홀에서는 트로트가 한창 울려퍼졌다. 400여명의 고객들이 모여 부르는 노랫소리는 우렁찼다. '주인공은 나야 나' '내게도 사랑이' 등의 인기곡을 힘껏 따라 불렀던 이들은 다름 아닌 5060세대인 시니어(senior) 고객들. 문화센터의 노래교실 강좌를 추가를 열어 달라는 시니어 고객들의 요청이 쇄도하자 현대백화점은 아예 따로 특강 자리를 마련했다.
롯데백화점에서는 금싸라기로 불리는 백화점 1층에 반려식물 전용 호텔을 입점시켰다. 반려식물을 무료로 관리해 주는 서비스 시설이다. 전문가가 상주해 분갈이며 가지치기도 도와준다. 호텔 외부에는 카페와 의류 매장을 갖춰 자연스럽게 소비가 일어날 수 있게 했다.'구매력을 갖춘' 시니어 고객들을 유입시키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는 게 롯데백화점 측 설명이다.
은퇴 후 '절약'에 집중하던 5060 세대들이 변하고 있다. 새로운 취미를 찾는데 주저하지 않고 '나를 위한 소비'에 몰두한다. 새로운 소비층으로 부상한 시니어 고객을 잡기 위해 백화점들 역시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25일 백화점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2030세대를 주타깃으로 삼았던 마케팅을 고령층으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주요 소비층으로 부상한 시니어 고객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서다.

최근 마련한 시니어 모델 선발전이 한 예다. 시니어 모델 선발전은 총 1명을 뽑는데 약 1500여명의 지원자가 몰렸을 정도로 흥행했다. 현대백화점 측은 "젊은 층 못지 않게 유행에 민감하고 자신을 꾸미는 데 관심이 많은 시니어 고객들이 높은 호응을 보여줬다"며 "60대 이상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이 많이 변화하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백발을 뜻하는 그레이(grey)와 르네상스(renaissance)를 합친 용어인 '그레이네상스(Greynaissance)'나, 멋진 실버 라이프를 추구한다는 의미의 '그레이 크러시'(Gray Crush) 같은 신조어가 생겨난 것도 중장년층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를 잘 보여준다.
현대백화점은 앞서 공식 온라인 쇼핑몰 '더현대닷컴'의 모바일 앱을 전면 개편하기도 했다. '시니어 엄지족'의 쇼핑 편의성을 돕기 위해서다. 할인 행사 안내나 상품 설명 등의 글자 크기는 최대 30% 가량 키웠고 상품 이미지 수도 3배 이상 늘렸다.
현대백화점이 모바일앱 전면 개편에 나선 건 50대 이상의 시니어 고객들이 모바일 기기 조작에 점차 익숙해지면서 이들의 매출이 눈에 띄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백화점이 지난해 '더현대닷컴' 모바일 앱의 연령대별 매출을 분석한 결과 50대 이상의 매출 신장률은 전년대비 51.8%를, 60대 이상의 매출 신장률은 61.3%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20~40대 매출 신장률(15.1%)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전체 매출에서 이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모바일 앱의 오픈 첫 해인 2015년에는 8.1%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17.7%로 두 배 이상 늘어났다고 현대백화점 측은 설명했다.
롯데백화점에 입점한 반려식물 호텔 [사진 제공 =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에서도 구매력을 갖춘 시니어 고객 잡기가 한창이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6월말 '가드닝 호텔 실라파티오'라는 반려식물 전용 호텔을 미아점 1층에 국내 최초로 입점시켰다. 시니어 세대가 좋아하는 반려식물 콘텐츠를 백화점 1층에 과감히 도입한 것이다.
반려식물을 무료로 돌봐주는 서비스에 시니어 고객들은 환호했다. 반려식물 호텔 외부에 마련된 카페와 의류매장에는 자연스럽게 시니어고객들이 몰렸고, 이는 매출 성과로 이어졌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반려식물 호텔이 입점한 후 3개월간 실적을 분석한 결과 백화점 1층의 시니어 고객 매출은 전년보다 15%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특히 호텔을 이용한 시니어 고객 중 55%가 백화점에서 의류, 명품 등을 추가 구매할 정도로 연계 구매 효과가 높았다.
롯데백화점은 5060세대 사이 플랜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높자 아예 정원 콘셉트의 카페도 잇따라 열었다. '플랜테리어(Plant+Interior)'는 반려식물을 활용한 인테리어를 말한다. 롯데 프리미엄 아울렛 광명점에 입점한 '그리니쉬'와 롯데백화점 분당점과 안산점의 '소공원카페'이 대표적이다. 롯데백화점에 다르면 이들 카페 방문 고객 중 최근 3개월 간 50대 이상 고객의 구성비는 44%나 차지했다. 이는 입점 점포 평균보다 10%이상 높은 수치다.
롯데백화점 측은 "플랜테리어는 정서 안정과 갱년기 우울증 개선 효과가 있어 시니어 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며 "실제로 백화점 문화센터 플랜테리어 강좌 수강생의 65% 이상이 5060세대 중장년층인데, 이들을 대상으로 한 다양한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고 말했다.
국내 시니어 산업 시장의 규모는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연구에 따르면 2012년 27조4000억원 수준이었던 고령화친화산업 시장 규모는 2015년 39조3000억 원으로 커졌으며, 2020년에는 72조8000억 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디지털뉴스국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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