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재무 담당 부서에서 약 20년간 일하며 회삿돈 500억여원을 횡령해 유흥비 등으로 탕진한 50대 남성이 법정에서 중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 조병구 부장판사는 오늘(20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횡령) 혐의로 구속기소된 51살 임 모 씨에게 징역 12년에 벌금 150억원을 선고했습니다.
1995년 한 광고회사의 재무 담당 부서에서 일하게 된 임 씨는 2000년 2월부터 2019년 5월까지 약 20년간 2천22회에 걸쳐 법인 자금 502억7천여만 원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재판부에 따르면 임 씨는 1999년쯤 자금 집행 과정에서 실수로 거래처에 약속한 액수보다 대금을 많이 지급하게 되자 허위 매입채무를 입력해 위기를 넘긴 뒤 차액은 채워 넣지 않았습니다. 이런 일이 적발되지 않고 무사히 넘어가자 임 씨는 '이렇게 횡령해도 모르겠구나'는 생각에 범행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임 씨는 19년간 빼돌린 회삿돈을 대부분 유흥비로 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임 씨는 또 이같은 사실이 올해 감사에서 뒤늦게 적발되자 해외로 도주하려고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재판부는 "범행 기간이 길고 피해액이 크고, 회사의 주가가 급락해 모회사와 채권자 등 이해관계인들의 재산 손상으로 이어졌다"며 "단순 횡령 범행으로 치부할 수 없다. 건전히 운영돼야 할 회사 시스템의 신뢰를 위협하는 범죄로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앞선 재판에서 임 씨 측 변호인은 "피해 회사의 자금 집행 방식과 감사제도가 부실해 범행 발생과 확대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취지로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런 사정이 "양형에 있어 감경 요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는 "피해자 측이 환수한 금액은 모두 더해도 전체 피해액의 1.7%가량인 8억여원에 불과하다"며, "피해가 대부분 회복되지 않았고 앞으로도 회복이 불가능해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면서 자백하고 반성하는 점, 피해 변제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다짐한 점, 범행 이전 형사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