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고강도 DLF규제에…부동산펀드·운용사 `울상`
입력 2019-11-15 17:52  | 수정 2019-11-15 19:48
지난 14일 금융위원회의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 개선 방안'을 두고 자산운용업계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그간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사태가 잇달아 터지면서 규제 강화 방향은 예감했지만 예상보다 강력한 대응 방안이 나오자 우려 섞인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운용업계 한 관계자는 15일 "투자자 보호라는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투자금 하한선 제한 규제가 과도하다"며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금융위 발표에서 운용업계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개인투자자의 사모펀드 최소 가입금액을 1억원에서 3억원으로 상향 조정한 것과 은행의 사모펀드 고위험 금융투자상품 판매를 금지한 것이다. 레버리지를 200% 이상 쓸 수 있는 조건으로 만들어진 펀드는 최소 가입금액이 3억원에서 5억원으로 올라갔다.

사모펀드 총판매잔액 322조원(9월 말 기준) 중 은행이 27조8000억원을 파는 와중에서 은행을 아예 고위험 금융투자상품 판매 채널에서 제외하면 사모펀드 운용사로서는 고객과의 접점을 잃게 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은행이나 증권사 똑같이 금융상품 판매 라이선스를 가진 입장에서 투자성향이 보수적인 고객이 많을 것이란 짐작만으로 은행을 사모펀드 판매사에서 제외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규제를 계기로 은행들이 상품 판매에 더욱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공모펀드까지도 된서리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은행에서 고위험 금융투자상품 중 공모펀드는 판매할 수 있도록 했지만 원금손실 가능성으로 인해 고객 민원이 생겨날 수 있는 상품들은 아예 판매 라인업에서 제외할 수도 있는 것이다.
최근 들어 공모 주가연계펀드(ELF) 역시 은행에서 롤오버를 권하지 않고 고객들도 파생상품을 기피하면서 6개월 전 2조9021억원이던 ELF 설정액은 최근에는 2조2749억원으로 줄었다. 다만 공모 ELF의 경우 금융위기 이후에는 거의 원금 손실이 없었고 수익률 면에서 검증된 상품인 만큼 저금리 시대에 3~4%가 나오는 상품으로 은행들이 판매에 집중한다면 수혜를 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사모 DLF를 팔 길이 막힌 은행들이 공모 ELF를 대안 상품으로 권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사모펀드 최소 가입금액이 3억원으로 늘어나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은 운용 규모가 영세한 중소 운용사다. 가뜩이나 인지도 높은 대형 운용사로 투자금이 몰리는 추세인데 이번 조치로 이 같은 쏠림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개인 고객 위주의 작은 운용사로서는 비교적 소액으로 자금을 싣던 투자자 대부분을 잃게 된 상황이다. 대형 운용사도 충격을 피하기는 어렵지만 중소형 운용사들보다는 우려가 덜한 모습이다. 이미 가입금액이 3억~5억원 이상으로 자체 허들을 높인 경우가 많고, 기관 자금 비중도 높기 때문이다. 한 대형 사모운용사 대표는 "사모펀드 판매 자체가 위축되면서 대형사들도 피해가 불가피하지만 1인당 1억~2억원씩 받아 소규모 펀드를 꾸린 영세 운용사들이 제일 먼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규제로 부동산 등 대체자산에 투자하는 펀드 규모가 큰 폭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들 펀드는 대부분 3년 이상 만기의 폐쇄형으로 설정되는 경우가 많은데, 투자자들이 장기간 자금이 묶이는 이 같은 펀드에 투자를 대폭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펀드별 운용 규모가 작고 개인 투자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레포펀드도 이번 규제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다.
[김제림 기자 / 홍혜진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MBN APP 다운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