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항공사·벤처까지…M&A로 활로뚫는 건설사
입력 2019-11-15 17:20  | 수정 2019-11-15 19:27
HDC현대산업개발이 국적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자 사업 확장에 적극 나선 국내 건설사들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이 미래 먹을거리로 키우려는 신사업은 수처리사업, 석유화학업, 레저사업, 프롭테크 투자업, 언론사 경영 등 각양각색이다.
건설사들은 수년간 주택경기 호황으로 재무 상태가 몰라보게 개선됐음에도 정부의 주택 규제와 해외 수주 경쟁력 약화로 미래 성장동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본업 외에 다른 우물을 팔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일단 HDC현대산업개발은 미래에셋대우와 손잡고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데 무려 2조5000억원의 '통 큰 베팅'을 했다. 10대 건설사였던 이 회사는 아시아나항공 인수 이후 양대 국적항공사로 변신한다.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매출(7조원)은 HDC그룹 전체 매출(6조5000억원)을 넘어선다. 자산 총액으로도 재계 순위 33위에서 18위로 뛴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은 "항공산업뿐 아니라 모빌리티(탈것) 그룹으로 한 걸음 도약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새로운 먹을거리를 찾는 데 골몰해왔다. 2006년 영창악기 인수에 이어 2015년 HDC신라면세점을 열고 지난해에는 부동산114, 올해 8월에는 오크밸리를 인수해 HDC리조트를 출범했다.

대림산업은 지난달 말 창립 80년 역사상 처음으로 해외 경영권 인수를 결정했다. 전 세계 수술용 고무장갑 시장 1위인 미국 크레이턴의 캐리플렉스 사업부를 5억3000만달러(약 62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한 것. 브라질 공장과 원천기술, 판매 인력 및 영업권까지 확보하는 계약이다. 고부가가치 석유화학사업 확대와 석유화학 디벨로퍼로의 도약을 그룹 신성장동력으로 삼았다.
'자이' 브랜드로 건설 경쟁력을 갖춘 GS건설도 수처리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GS건설은 지난 6월 자회사 GS이니마 나머지 지분 19.6%를 887억원에 인수해 100% 확보하기로 결단했다. GS이니마는 스페인 국적의 세계 10위권 수처리업체 이니마 지분 79.62%를 들고 있는 GS건설 계열사다. GS건설은 2013년 해외플랜트 부실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지만, 수처리사업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고 되레 지배력을 확대했다.
중견 건설사 우미건설은 이석준 대표 진두지휘 아래 프롭테크 스타트업과 베트남 개발로까지 투자 영역을 넓히고 있다. 우미건설은 최근 2~3개월간 달리자·단추로끓인수프·테라핀테크·카사코리아·큐픽스 등 스타트업에 약 6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한국프롭테크포럼 발족을 주도하고, 될성부른 스타트업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관계사인 우심산업개발도 베트남 투자은행이자 컨설팅 회사인 뱀부캐피털조인트스톡과 현지 건설사인 사오상사이공에 각각 30억원, 34억원을 투자했다.
건설사들의 언론사 인수나 지분 투자도 눈에 띈다. 중흥건설은 헤럴드경제 지분 47.8%를 684억원에 인수해 최대주주로 올라섰고, 호반건설도 서울신문 지분 19.4%를 인수해 3대주주다. 지난해 대우건설 인수전에도 뛰어들었던 호반건설은 올해 덕평CC와 서서울CC 등을 인수해 레저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대우건설 최대주주인 KDB인베스트먼트 이대현 대표는 "이미 국내 건설사들은 시공 능력과 자금 조달 면에서 중국 등 글로벌 경쟁자들에 밀려 어려운 상태"라며 "결국 창의적인 인재와 유연한 조직문화로 건설 너머의 신사업을 만들어내는 것이 건설사 생존과 직결돼 있다"고 말했다.
한 중견 건설사 경영자는 "건설업체들이 최근 돈을 많이 번 것은 사실이지만 다양한 산업에 걸친 경험과 미래지향적인 시각이 있다고 평가하긴 힘들다"며 "검증되지 않은 M&A가 본업까지 망치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지적했다.
[전범주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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