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으로 위를 모두 절제할 경우 치매 발병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는 위를 잘라내면서 비타민 B12의 체내 흡수를 돕는 내인자(intrinsic factor)가 함께 사라진 탓인데, 비타민 B12를 보충하면 이러한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한다.
삼성서울병원 가정의학과 신동욱 교수, 서울대의대 최윤진 교수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이용해 2007~2012년 50세이상이면서 위암진단을 받은 환자 6만 3998명중 위를 모두 절제한 1만 2825명과 일반인 대조군 20만 3276명을 비교 분석한 결과, 위를 모두 절제한 환자는 대조군 보다 치매 위험이 30% 높게 나타났다고 13일 밝혔다. 대조군은 위암 환자와 나이 및 성별 등 사회경제적 요소,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 만성신질환과 우울증 등 치매 발병과 연관있는 의학적 요소에서 차이가 없도록 보정했다.
연구팀은 위 전절제 환자가 치매발병 노출위험이 높은 것은 위에서 비타민 B12 흡수를 돕는 내인자가 분비되는 데, 위를 제거하면서 함께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치매 환자의 47%에서 비타민 B12가 결핍되어 있다는 보고가 있을 만큼, 비타민 B12 부족은 치매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위암 환자들의 비타민 B12 부족은 간과되기 쉽다. 실제로 이번 연구에서 위암 전절제수술 후 비타민 B12 보충 여부에 따라 치매 발병 위험도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비타민 B12를 전혀 보충하지 않거나 수술 후 3년 이내에 보충을 중단한 경우 위암 전절제 수술 환자와 같은 조건의 일반인 대조군을 비교했을 때 위암 환자의 치매 발병 위험이 2배 정도 높았다. 반면 꾸준히 보충한 환자들의 경우 일반인보다 치매 발병 위험이 29% 감소했다. 다만 치매 종류를 세분화하여 분석했을 때 다른 결과를 보이기도 했다.
알츠하이머 치매는 마찬가지로 위를 모두 절제한 환자가 일반인 대조군 보다 발병 위험이 높았지만 혈관성 치매 발병 위험은 오히려 23% 더 낮았다. 위를 모두 떼어낸 환자들이 이후 식사량이 줄어들면서 내장 지방이 감소하고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등 혈관성 치매에 영향을 미치는 대사성 질환 지표들도 함께 개선된 효과로 풀이됐다.
최윤진 교수는 "위 전절제술을 받은 지 3년 전후로 비타민 B12 결핍이 두드러지기 시작한다"면서 "이를 모른 채 지내면 치매를 유발할 수 있는 요소를 떠안고 살게 되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동욱 교수는 "위를 제거하면서 당연히 여러가지 영양소가 결핍되기 쉬운 만큼 전문가 상담과 검사는 필수"라며 "비타민 B12 결핍은 충분히 조절이 가능한 만큼 치매 예방을 위해서라도 정기적인 관찰과 보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해외 유수 학술지인 '미국종양외과학회지(Annals of surgical oncology)' 최근호에 게재됐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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