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가 예정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노동자들의 합숙소 인천 '미쓰비시 줄사택' 일부가 추후 다른 장소에서 복원됩니다.
인천시 부평구는 미쓰비시(삼릉·三菱) 줄사택을 다른 장소에서 복원하기 위해 기록화 보고서를 만들 계획이라고 오늘(12일) 밝혔습니다.
보고서 작성 대상은 주차장 조성 계획에 따라 철거 예정인 미쓰비시 줄사택 4개 동입니다.
부평구 부평동에는 미쓰비시 줄사택 9개 동이 있었으나 이 중 3개 동은 주민 공동이용시설과 행정복지센터를 짓기 위해 지난해 12월과 올해 7월 2차례에 걸쳐 이미 철거했습니다.
구는 나머지 6개 동 가운데 내년 철거를 앞둔 4개 동을 기록으로 남겨 추후 다른 장소에서 복원한다는 계획입니다. 마지막으로 남게 되는 2개 동 처리 방안은 아직 정하지 않았습니다.
구는 줄사택을 해체하는 과정과 건축 부재 등을 꼼꼼하게 기록하고 역사 고증 작업도 벌여 추후 복원하는 데 활용할 예정입니다.
구는 또한 줄사택 철거 과정에서 나오는 지붕 기와와 목구조 건축재 등을 보존 처리해 내년 중 부평역사박물관에 전시할 예정입니다.
다만 구체적인 복원 시기나 복원 장소 등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부평구 관계자는 "기록화 사업과 복원 대상지와 시기를 정하는 작업을 동시에 정할 계획"이라며, "아직은 후보지 등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습니다.
부평구의 이 같은 계획을 접한 전문가들은 줄사택을 현장에 보존해야 의미가 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습니다.
이연경 인천대 지역인문정보융합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줄사택은 그 자리에 있을 때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건축물의 상태가 좋지 않아 복원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의미가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전남 고흥 소록도에서는 한센병 환자들이 썼던 병사를 철거하면서 1개 동은 현장에 남겼다"며, "무조건적인 철거보다는 도시·공간 디자인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데 아쉽다"고 덧붙였습니다.
미쓰비시 줄사택은 일본 육군이 관리하는 군수물자 공장인 미쓰비시제강 인천제작소 노동자가 거주했던 곳입니다.
이 공장에서 일했던 노동자 대부분은 강제 동원된 조선인으로 추정돼 줄사택은 당시 강제동원 노동자들의 생활상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줄사택은 일제가 한반도를 병참 기지화하면서 건축재료를 제한한 흔적이나 당시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미쓰비시 줄사택은 최근 한국내셔널트러스트 등이 주최한 '제17회 이곳만은 꼭 지키자' 시민공모전에서 지켜야 할 유산으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