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년 전 헤어진 부모와 딸이 경찰 등 관련기관의 도움으로 극적으로 상봉했습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이달 1일 서울역파출소에서 47세 A 씨가 76세 부친 B 씨 등 가족과 만났다고 오늘(11일) 밝혔습니다.
충남 천안에 살던 B 씨는 집을 나가는 버릇이 있던 어린 딸 A 씨를 1980년 12월 24일에 잃어버렸습니다.
B 씨는 실종 사건 직후부터 주변 고아원 등 시설을 샅샅이 뒤졌으나 찾지 못한 채 39년 가까이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러던 중 올해 6월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겠다는 심정으로 경찰에 등록한 유전자 정보가 딸을 찾는 계기가 됐습니다.
올해 9월 B 씨의 유전자가 13년 전 A 씨가 서울시여성보호센터에서 등록했던 유전자와 친자관계가 배제되지 않는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검사 결과가 경찰에 통보된 것입니다.
공공 기록에 따르면 A 씨는 8세 때 집을 떠나 실종된 후 여러 보호시설을 드나들며 생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러나 A 씨는 2017년 이미 서울시여성보호센터에서 자진 퇴소한 상황이어서, 당장 행방을 찾을 길이 막막했습니다.
A 씨가 주민센터에서 장애인 수급을 받아 서울 중구 소재 한 고시원에서 올해 6∼8월에 거주했다는 것은 확인했지만, A 씨에게 휴대폰과 장애인 카드가 없어 추적이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A 씨가 노숙 생활을 하고 있을 가능성까지 감안해 지난달 31일 서울역 다시서기센터에 A 씨의 사진을 보내 'A 씨가 발견되면 통보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바로 그날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오후 8시쯤 서울역을 배회하던 A 씨가 발견된 것입니다.
2시간 뒤 A 씨는 파출소의 도움으로 화상통화를 통해 40년 만에 부친의 얼굴을 볼 수 있었고, 자정쯤 아산에서 급히 올라온 가족과 마침내 상봉했습니다.
아버지 B 씨는 "경찰에 근무하는 지인이 혹시 모르니 유전자를 등록해 보라고 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유전자를 등록했다"며 "딸을 보자마자 통곡했고, 딸도 우리를 보자마자 직감했는지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딸이 잘 적응하고 있다"며 "아이가 자신을 찾아서 인생을 잘 살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만들어주는 게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