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의 허리둘레가 클수록 치매 발병 위험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려대 구로병원 빅데이터 연구회 내분비내과 류혜진, 산부인과 조금준 교수팀은 2009년부터 2015년까지 국가건강검진에 참여한 65세 이상 87만 2,082명(남 39만 7,517명, 여 47만 4,565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코호트 분석을 통해 노년층의 치매 발병률과 허리둘레 및 체질량지수(BMI; Body Mass Index)의 연관성을 규명했다고 8일 밝혔다. 현재까지 비만과 치매와 연관성을 증명한 연구는 많았지만, 복부비만과 노년기 치매 발병률에 대한 연관성을 조사한 코호트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기존의 많은 연구에서 비만은 치매의 위험인자로 밝혀낸 바 있다. 하지만 영국에서 실시한 대규모 임상 연구 데이터에서는 BMI 지수가 치매 발병률과 반비례한 결과를 보이며, 비만과 치매는 연관이 없음을 보여주기도 했다.
류혜진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결과의 주된 요인은 BMI 측정의 한계라고 판단했다. 일반적으로 비만 지표를 BMI로 나타내는데, BMI는 지방과 제지방량을 구분할 수 없어 완벽한 지방측정법이라고 하기 어렵다. 노인 비만은 제지방 손실 및 체중의 증가없이 지방조직의 증가가 특징이다. 따라서 특히 노인 연령층에서 허리둘레가 BMI보다 복부 내장 지방 평가에 정확한 지표가 된다.
연구팀은 노인 인구에서 치매 위험과 연관되어 있는 허리둘레를 결정하기 위해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여 허리둘레 및 BMI와 치매 발병 위험성을 비교했다. 노년기의 BMI는 동반질환 및 기저질환에 의해 혼란을 야기할 수 있으므로 BMI를 포함한 나이, 혈압, 콜레스테롤 및 다양한 생활 습관 요인(흡연 여부, 음주량, 운동량)등을 조정한 후 노년기 허리둘레와 치매의 연관성을 산출했다. 그 결과 국내 복부비만의 진단 기준인 남성의 경우 허리둘레 90cm 이상, 여성의 경우 허리둘레 85cm 이상인 복부비만 환자들은 복부비만이 없는 남성과 여성에 비해 치매 위험률이 현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치매 위험률은 허리둘레 정상 범위인 남성 85~90cm, 여성 80~85cm 이후 5cm씩 증가함에 따라 단계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복부비만을 가진 정상체중의 노인은 복부비만이 없는 정상체중 노인에 비해 남성은 15%, 여성은 23% 치매 위험이 증가했다.
고려대 구로병원 내분비내과 류혜진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노인 연령층에서 비만과 연관된 치매 위험성을 평가하고자 할 경우에는 허리둘레를 고려해야함을 보여 주었다"며 연구 의의를 밝혔다. 연구 결과에 대해 콜로라도 의과대학 단 베세젠(Dan Bessesen) 박사는 "이번 연구를 통해 복부내장지방이 노년층의 치매 발병 위험을 증가시킬 개연성을 보여 주었으며, 노인 연령층에서 낮은 BMI는 근육량 감소와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치매 위험을 높이는 인자로 해석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논문은 국제 비만학술지(Obesity) 11월호에 게재됐으며 이 달의 저널(Editor's choice)에 선정됐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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