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A+ 등급 회사채도 완판커녕 절반 못팔아
입력 2019-11-07 18:02  | 수정 2019-11-07 19:59
채권금리 상승으로 기업들의 주요 자금조달 창구인 회사채 발행 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신용등급 BBB+)은 전일 1700억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2년물 900억원, 3년물 800억원씩 모집했으나 각각 450억원, 120억원의 주문이 들어오는 데 그쳤다. 당초 계획의 3분의 1 수준의 자금만 확보한 것이다.
대한항공은 투자심리가 얼어붙은 분위기를 고려해 '고정금리 카드'까지 꺼냈다. 채권이 상장된 이후에 유통금리 불확실성을 줄여 자금 유치에 나선 것이다. 2년물 3.3%, 3년물 3.7% 수준의 금리를 제시했지만 기관투자가들의 러브콜을 받는 데 실패했다.
상반기 내내 완판 행진을 이어가던 회사채 시장은 9월부터 급속히 냉각되기 시작했다. 한화건설(BBB+)은 3년물에서 90억원의 미매각을 기록하며 발행 규모 자체를 줄였다. 신용등급 A+인 파라다이스까지 3년물 1000억원어치 수요예측에서 절반의 미매각을 냈다. 10월 들어선 군장에너지(A+) 역시 청약에서 부진하며 투자심리가 꺾인 시장 분위기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 군장에너지는 3년물에서 완판을 거뒀으나 5년물에서 450억원가량의 미매각 물량을 남겼다. 팔리지 않은 채권 물량은 발행 주간과 인수단으로 참여한 증권사들이 나눠 사들인다.

기관투자가들이 청약에 소극적인 건 연초 대비 금리 메리트가 떨어져서다. KIS채권평가에 따르면 전일 기준 신용등급 A+ 공모채의 시장금리(개별 민평)는 2.088%다. 기준금리 인하에도 시장 금리가 상승세지만, 연초와 비교했을 땐 여전히 낮은 편이다. 연초 A+등급의 민평금리는 2.6%에 달했다.
기관투자가들의 결산이 코앞에 다가온 점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국내 주요 연기금과 보험사들은 11월 셋째 주~넷째 주에 걸쳐 투자를 마감(북클로징)하고 있다. 상반기 일찌감치 유휴자금을 소진한 탓에 청약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다. 시장 관계자는 "상반기만 해도 하이일드등급 공모채의 청약 경쟁률은 5대1을 상회했으나 최근에는 3대1에도 못 미치는 상황"이라며 "금리 메리트 하락, 북클로징 임박 등을 이유로 더 이상 주문에 참여하지 않는 기관도 많다"고 말했다.
[강우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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