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단독] 대명그룹 지주사 IPO 추진…신사업·승계 포석
입력 2019-11-05 17:40  | 수정 2019-11-14 18:21
국내 리조트 시장의 선두주자인 대명소노그룹(이하 대명그룹)이 지주사의 상장을 추진한다. 수익성이 정체되는 상황에서 제2의 성장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시장에서는 대명그룹이 기업공개(IPO)를 계기로 본격적인 승계 작업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대명그룹은 지주사인 '(주)대명소노'를 상장시키기 위해 국내 증권사 6곳에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냈다. 주간사단을 뽑은 이후에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 중 행선지를 확정 지을 예정이다. 입찰에 참여하길 원하는 증권사는 15일까지 제안서를 제출해야 한다.
1979년 설립된 대명건설이 모태인 대명그룹은 리조트를 필두로 국내 레저시장의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한화그룹(한화호텔앤드리조트)과 함께 전체 시장의 60%가량을 계속해서 점유해 왔다. 현재 소노·쏠비치호텔앤리조트와 비발디파크, 오션월드, 골프장, 요트클럽 등을 운영 중이다.
이번 상장 주체인 대명소노는 그룹의 지주회사에 해당한다. 2005년 휴양콘도미니엄과 회원제골프장 부문을 물적분할로 떼어내며 현재의 지배구조를 갖추게 됐다. 최대주주는 박춘희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지분 78.09%)이다. 박 회장과 아들 서준혁 씨의 지분율은 각각 38%, 36% 정도로 알려져 있다. 박 회장은 창업주 서홍송 명예회장의 아내로, 서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 직후 회사를 이끌어 왔다.

대명소노가 상장에 나선 것은 제2의 도약을 위해서다. 최근 레저 위주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외식과 유통, 영상장비 등으로 넓히기 위해 힘쓰고 있다. 10년 전 대비 회사 규모(매출액)는 3배 넘게 불어났으나 수익성이 계속해서 저조하자 체질 개선에 나선 것이다. 실제로 대명소노의 영업이익률은 2016년 0.52%, 2017년 2.59%, 2018년 0.84%에 불과하다.
시장에서는 회사가 IPO를 필두로 2세 승계 작업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대주주인 박 회장은 1954년생으로 나이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 상장이 승계로 직접 이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주식의 가치를 시가로 평가하게 돼 상속과 관련된 세금 이슈들을 간소화할 수 있다. 입찰 제안을 받은 증권사들은 이런 점을 고려해 회사 신사업뿐 아니라 그룹의 향후 지배구조까지 연구하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IPO로 신사업 자금과 승계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것 같다"며 "회사가 원하는 기업가치를 시장에서 인정받기 쉽지 않은 상황이란 점이 변수"라고 말했다. 현재 대명소노는 시장에서 높은 몸값을 인정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연결재무제표 기준 대명소노의 지난해 매출액은 9417억원, 영업이익은 79억5600만원이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0.7%가량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3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순손실은 94억3300만원이었다. 최근 4년 동안 2017년도(397억원)를 제외하곤 매년 당기 순손실을 거둘 정도로 수익성은 지지부진하다. 동종 업계에 대한 투자자들의 평가가 좋지 않은 점도 변수다. 2016년 코스피에 상장한 용평리조트의 이날 종가는 공모가(7000원)를 밑도는 6570원이었다.
업종 특성상 대명소노는 토지와 부동산 같은 '유형자산'을 많이 보유 중이다. 증권사들 역시 동종 업계의 주가수익비율(PER)에다 주가순자산비율(PBR) 지표를 일정 비율 섞어 대명소노의 목표 몸값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할 계획이다.
다른 시장 관계자는 "입찰 제안을 받고도 응하지 않겠다고 결정한 IB가 있을 정도로 관련 업종 자체의 매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라며 "기관투자가들이 납득할 만한 성장 스토리를 제시하는 게 공모 흥행의 관건"이라고 진단했다.
[강우석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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