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이영애 인터뷰] "엄마가 돼보니…영화의 사회적 영향력 실감"
입력 2019-11-04 17:38  | 수정 2019-11-04 21:38
"이영애 씨는 프레임 안 공기를 바꿔버렸다."
영화 '나를 찾아줘'를 연출한 김승우 감독은 주연 이영애 씨(48)를 이렇게 평가했다. 4일 서울 압구정 CGV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이씨는 극장 안 공기마저 바꾸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새까만 머리와 드레스 차림으로 나타난 그의 작은 몸동작마다 플래시가 터지고, 힘을 완전히 빼고 이야기하는 그 목소리에 좌중은 숨을 죽였다.
이번 영화는 그가 오랜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작품으로도 주목받는다. "너나 잘하세요"라는 대사를 히트시킨 '친절한 금자씨' 이후 14년 만이다. 남북 분단 상황을 다룬 '공동경비구역 JSA'부터 멜로물 '선물'과 '봄날은 간다'까지 출연작마다 강렬한 인상을 남겨온 그의 영화계 복귀를 바라는 제작자는 여럿이었다.
"저는 늦게 결혼해 가족을 이루고 엄마가 됐어요. 거기에 몰두하느라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몰랐어요. 20·30대에 배우로서 온전히 저만 생각하며 지냈다면, 40대는 가족과 아이를 위해 집중한 시간이었다고 하고 싶네요. 가족과 보낸 그 시간이 이번 작품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씨는 6년 전 실종된 아들을 봤다는 연락을 받은 '정연'을 연기했다. 생김새부터 흉터까지 똑같은 아이를 봤다는 제보에 지체 없이 낯선 동네로 향한다. 하지만 경찰 홍 경장(유재명)을 포함해 그 마을 모든 주민이 그를 심하게 경계하는 바람에 정연은 외로운 싸움을 결심하게 된다. '친절한 금자씨'처럼 강렬한 여성 캐릭터를 기대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두 캐릭터는 모성애로 연결돼요. 금자는 아이를 둔 엄마 역할이고 정연은 아이를 찾는 엄마 역할이죠. 차이가 있다면 제가 진짜 엄마가 됐다는 점이에요. 입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고, 여러모로 더 힘들고 아팠어요. '친절한 금자씨' 못지않게 제 인생에 전환점이 돼주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어요."
영화에서 이씨는 아들을 구하기 위해 때리고, 맞고, 바다에 들어가 벌벌 떤다. 누더기가 된 옷을 입고 산발을 한 채 달린다. 마치 10년 넘게 쌓아온 연기 혼을 이번 작품에 모두 태운 듯하다. "힘들었죠. 하지만 다른 배우와 감독, 스태프들이 순수한 열정으로 임하는데 제가 감히 힘들다는 말을 할 수 없죠. 바다 장면에선 밀물이 머리 끝까지 차오를 정도였거든요. 막내까지 몸을 사리지 않고 물에 뛰어드는 걸 보고 어떻게 감동받지 않을 수 있겠어요?"
1990년 초콜릿 광고 모델로 데뷔한 이씨는 '산소 같은 여자'라는 카피를 내세운 화장품 광고가 방영되면서 전국적 인지도를 갖추게 된다. 2003년에는 한국을 넘어, 일본, 중국, 아랍까지 수출된 사극 '대장금'에서 타이틀롤(제목과 동일한 이름의 역할)을 맡아 한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한다. 하지만 다방면에서 탄탄한 경력을 구축해 나가던 2009년 돌연 결혼해 두 아이 엄마가 된 이래 대중에게 노출되는 횟수를 크게 줄였다. 연기자로서 공백기를 가진 게 아쉽게 느껴지지는 않을까.
"결혼 전에는 내가 어떤 역할을 맡는지만 신경 썼어요. 이제는 제가 하는 드라마와 영화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가는 데 조금이나마 힘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을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기준에 부합하는 영화이기 때문에 선택하기도 했고요."
충무로에 여풍이 분다고 하지만 여전히 여성 주연이 극 전체 색깔을 좌우하는 작품은 부족하다. 십수 년 만의 컴백에도 사실상 단독 주연을 맡은 그에게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함께 출연한 배우 유재명 씨는 "연극계에선 무대에 등장하면 그 자체로 극이 완성돼 버리는 배우가 있다"며 "영상 작업에서 누군가의 호흡과 눈빛을 보며 그러한 경험을 하는 건 상상 이상의 행복이었다"고 했다. 인상적인 장면을 꼽아 달라는 장면에 김 감독은 "그와 촬영한 모든 순간이 인상적이었다"며 "이영애 누님은 내게 있어서 판타지"라고 답했다. '나를 찾아줘'는 오는 27일 개봉한다. 15세 이상 관람가.
[박창영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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