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타라와섬 강제동원 피해자 DNA 확인…내년초 봉환 추진
입력 2019-10-28 08:16  | 수정 2019-11-04 09:05


태평양전쟁 격전지인 중부 태평양 타라와섬에 강제로 끌려가 숨진 한국인 가운데 1명의 유전자 정보가 유가족과 일치하는 것으로 최종 확인됐습니다.

이는 우리 정부 주도로 태평양 지역에 있는 강제동원 피해자 신원을 확인하고 봉환을 추진하는 최초 사례입니다. 정부는 미국·일본과 협의해 내년 초에는 유해 공식 봉환이 이뤄지도록 할 방침입니다.

오늘(28일)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의원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서 제출받은 자료와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국과수가 타라와 강제동원 피해자 남성 A 씨의 유해 샘플(뼛조각)과 A 씨의 아들로 추정된 B 씨의 DNA 감식을 시행한 결과, 친자관계일 확률이 99.9999%로 나왔습니다.

지난 8월에 나온 1차 DNA 감식 결과에서도 A 씨와 B 씨의 친자관계 확률이 99.9996%로 나왔지만, 이는 과학적으로 이견의 여지가 없는 '완전한 일치'로 보기 어려웠습니다.


이에 정부는 두 차례에 걸쳐 추가로 유해 샘플을 확보해 다시 국과수 DNA 감식을 진행했고, 지난주 DNA 정보가 완전히 일치한다는 의미의 '풀 프로필'(Full Profile) 결과를 얻어냈습니다. 정부에 강제동원 피해자 유해봉환 전담조직을 만든 지 약 11개월, 타라와 징용 피해자 DNA 분석 작업에 착수한 뒤 약 7개월 만의 성과입니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행안부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에 강제동원희생자유해봉환과를 신설하고, 러시아 사할린 중심으로 이뤄지던 강제동원 피해자 유해 봉환작업을 일본과 중국 하이난, 태평양 지역 등으로 넓혔습니다.

지난 4월에는 미국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확인국(DPAA)로부터 타라와에서 발굴된 아시아계 유해 중 DNA 검사가 가능한 145구의 샘플을 넘겨받았습니다. 이어 타라와 강제동원 피해자 유가족 184명의 DNA를 확보해 분석·대조 작업을 벌여왔습니다.



이번에 확보한 유해 가운데 A 씨 샘플의 이름은 '타라와 46번'입니다. 이번에 진행된 DNA 분석에서 신원이 확인된 것은 이 한건 뿐입니다.

이 '타라와 46번' 유해가 고국 땅을 밟게 되면 우리 정부가 관련국과 협의해 직접 태평양지역에 있는 강제동원 피해자를 확인하고 봉환하는 첫 사례가 됩니다. 이전까지는 일본 정부 등에서 수습한 유해를 우리 정부나 민간단체가 전달받는 형식이었고, 유해 발굴 지역도 일본과 사할린에 집중돼있었습니다.

권 의원은 "태평양지역 강제동원 피해자 유해를 발굴해 신원을 확인한 최초 사례로 의미가 크다. 정부에서 하루빨리 송환 절차를 밟아야 한다"며, "이번 건을 계기로 태평양지역 전장에 묻힌 징용 피해자 유해의 추가 발굴과 송환에도 속도를 내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이번 DNA 감식 결과를 토대로 A 씨 유해를 공식 봉환하기 위해 미국·일본 측과 협의에 나설 방침입니다.

현재 미국 하와이에 있는 A 씨 유해를 국내로 송환하려면 미국과 일본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미국은 일본의 동의가 있어야 유해를 넘겨줄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국과수 DNA 감식으로 명백한 과학적 근거를 갖춘 만큼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유해 봉환 필요성을 강조한다면 일본 측도 협조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첫 봉환 시기는 애초 목표했던 연내에서 내년 초로 다소 늦춰질 전망입니다.

정부는 당초 타라와 전투가 진행된 11월 중에 유해를 봉환하려고 계획했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에서도 진행 중인 '46번 유해 샘플'의 DNA 분석 결과를 기다려야 하는 점, 관련 절차 협의와 준비에 걸리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연내 봉환은 어렵다는 설명입니다.



타라와전투는 1943년 11월20∼23일 일본과 미국이 현 키리바시 공화국 수도인 타라와를 놓고 벌인 것으로 태평양전쟁 중 가장 치열했던 전투 중 하나로 꼽힙니다.

나흘간 전투로 양측에서 6천여명이 숨졌는데 상당수가 조선인 징용 피해자였습니다. 정부는 요새 구축 등에 동원된 조선인 1천200여명 중 90%가 전투 중 숨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황동준 강제동원희생자유해봉환과 과장은 "의미 있는 사례인 만큼 관련국 간의 일치된 의견을 토대로 예우와 격식을 갖춰 유해를 모셔올 수 있도록 협의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경색된 한일관계와 관련해 황 과장은 "유해봉환은 인도적 차원의 문제인 만큼 정치적 쟁점과 상관없이 이른 시일 안에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DNA 감식이 어려운 나머지 유해 샘플에 대해서는 동위원소 분석을 통해 한국인임을 확인하는 작업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덧붙였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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