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금감원 조직개편 착수…업권별 벽 허문다
입력 2019-10-27 17:34  | 수정 2019-10-27 20:38
금융감독원이 은행·보험·증권·여신금융 등 업권 중심으로 진행하던 기존 검사체계에서 벗어나 영업행위 등 기능 부문의 점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해외 주요 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등 금융상품의 설계·제조와 판매 과정에서 감독·검사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2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업권별로 구분된 현행 감독체계에 더해 영업행위에 대한 감독과 검사를 강화하는 데에 초점을 둔 조직개편에 착수했다. 아직 논의가 초기 단계에 있어 구체적 방안이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업권별 조직이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소통 창구를 마련하는 데 주안점을 둘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 관계자는 "업권별 조직의 기본 틀은 유지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불완전판매 등 영업행위 측면에서는 부서 간 의사소통을 늘리는 방안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최흥식 전 금감원장 시절에도 기능 중심 조직개편을 추진했다. 은행 담당 부원장은 건전성감독부문을, 자본시장 담당 부원장은 영업행위 감독부문을 총괄하도록 해 기능적인 감독을 강화했다.

현행 시스템하에서는 원칙적으로 원승연 부원장이 담당한 자본시장 파트에서 DLF와 관련된 불완전판매 등 영업행위 위반이 사전에 감지됐어야 했다. 하지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던 것이 문제다. 2017년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있었던 금감원의 은행 제재 가운데 불완전판매가 명시된 자본시장법 위반 사례는 단 1건에 불과했다.
이에 금감원은 영업행위에 대한 정보 공유가 활성화할 수 있도록 조직개편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검사를 나갈 때 여러 업권 담당부서가 함께 점검하고, '부원장 협의체'에서 금융회사의 영업행위 위반 등에 대응한다는 것이다. 부원장 협의체가 더 유기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영업행위감독조정팀 구성도 정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장 민원과 제보가 부원장 협의체에서 더 활발히 공유될 수 있도록 시스템도 개선한다. 개선 방안은 감독총괄국이 마련하고 있으며, 조직개편은 이를 바탕으로 올해 안에 이뤄질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마련 중인 DLF 사태 재발 방지 대책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은 고위험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숙려제를 제도화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숙려제는 펀드에 가입하기 전 신중하게 투자를 결정할 수 있게 마감일까지 실제로 투자할 것인지 숙고할 시간을 주는 제도를 말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다음달 초순께 관련 대책을 확정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은 이번주 중 DLF 사태와 관련한 합동검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합동검사는 8월 말 시작돼 2개월간 진행됐다.
금감원은 검사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아 경영진 징계 여부와 수위에 대해서는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은행 경영진에 대한 대규모 징계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최승진 기자 / 정주원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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